매일신문

동방사건 싸고 정국 혼미

민주당 실세 4명의 동방사건 연루설로 촉발된 여야간의 공방이 갈수록 치열해져 정기국회 파행가능성까지 점쳐지고 있다. 여기에 6일 국회 정무위에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던 이경자, 정현준씨 등 동방사건 핵심 관련자들이 모조리 불참하자 한나라당이 검찰의 출석 방해 의혹을 제기하는 등 야당과 검찰간의 기싸움도 한층 가열되고 있다.

◆여야공방

한나라당은 이날 총재단회의에서 '동방사건 등 권력형 금융비리 진상조사특위'를 구성하는 등 적극 공세를 취했다. 민주당의 전방위 반격을 차단하겠다는 의도다. 위원장에는 이부영 부총재를 임명했고 이날 중으로 당내 강경파 의원들로 진용을 갖출 예정이다.

이회창 총재는 총재단회의에서 현 정국을 '3편파 정국'이라고 규정하고 "현 정권이 편파사정, 편파방송, 편파인사 등으로 국정을 문란하게 하고 있다"고 말해 대대적인 공세를 예고했다. 이 총재는 또 "국감에 대한 종합평가를 통해 내년 예산 심의에 반영토록 하라"고 지시, 예산심의를 대여공세의 무기로 활용할 뜻까지 비쳤다.

민주당도 이날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한나라당에 공개사과를 재차 촉구하는 등 대야공세를 계속했다. 이에 앞서 '한나라당식 공작정치 근절대책회의'(위원장 정동영)는 휴일인 5일 한나라당에 보내는 5개항의 공개질의서를 채택했다. 민주당은 △지난 2일 대검찰청 국감전 이회창 총재 주재 당3역회의에서 실명공개를 지시했는지를 묻고 △대검 국감장에 당3역이 서류봉투를 전달하고 발언을 지시했는데 이는 치밀한 사전모의의 증거로 공동정범이 성립된다는 점을 지적하고 △이주영 의원에게 발언을 지시한 사람이 누구인지를 밝힐 것 등을 요구했다.

한편 한나라당 이 의원에 의해 거명된 권노갑 최고위원과 김옥두 사무총장, 김홍일 의원은 성명을 내고 "우리 3인은 동방금고 사건과 아무 관련이 없으며 주식이나 펀드에 단 한푼도 투자한 사실이 없다"며 "거짓 공작정치의 근절을 위해 모든 법적 정치적 대응조치를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야당과 검찰의 공방

한나라당의 검찰수뇌부 탄핵소추 발의로 불거진 야당과 검찰간의 신경전은 전면전 양상을 띠고 있다. 한나라당은 "동방사건 관련자들의 증인출석에 대해 검찰이 못마땅해 한다는 발표가 나온 후 증인들이 불출석했다"며 검찰의 조직적인 방해 의혹을 제기했다. 이 총재도 "역대 정권에서도 증인이 모두 불참한 사례는 없었다"며 검찰에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은 이경자, 정현준씨 등 핵심관련자 6명에 대해 동행명령권을 발동해 제3의 장소에서 증인신문을 벌이는 방안을 강구키로 했다.

금감원 장래찬 국장의 죽음과 관련해서도 한나라당의 검찰의 자살방조 의혹을 제기했다. 사건 당일 장 국장이 집을 나서는 것을 20여명의 검찰수사관이 보고도 그대로 놔뒀다는 것이 한나라당의 주장이다. 그러나 검찰은 "검찰수사관이 20여명씩 몰려 다니지 않는다"는 검찰 수사의 특성을 들어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특히 검찰은 야당의 공세에 밀릴 경우 현정부 임기 후반 내내 정치권에 끌려갈 것이라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검찰에서는 야당의 공세를 '검찰 길들이기'로 간주, 한판승부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이상곤기자 lees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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