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폐광촌 활기속 한탕주의 열풍,정선 스몰카지노 특수의 명암

국내 최초의 내국인 출입 카지노인 강원도 정선군 고한읍 '스몰카지노' 개장으로 주변 탄광촌이 꿈틀거리고 있다.

광부들이 떠난 빈 사택과 문닫은 업소들로 폐허를 방불케했던 정선군 고한,사북, 태백지역 광산촌에는 지난달 28일 카지노가 문을 연 이후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손님들로 도로는 물론 음식점과 숙박업소 등이 북적대고 있다.

주민들은 갑자기 늘어난 외지차량과 밤늦게까지 불켜진 업소들을 바라보면서 카지노 개장으로 인한 지역경제 활성화에 잔뜩 기대를 걸고 있었다.

지난 4일 오후6시 정선군 고한읍 스몰카지노호텔 진입로 입구. 서울, 경기, 대전 등 각지의 번호판을 단 고급승용차들이 좁은 1차로를 따라 길게 늘어섰고 택시와 렌터카 등도 가세했다.

진입로에서 4Km 들어간 카지노호텔 주차장은 이미 500대 수용능력을 넘어섰고 임시주차장마저 자리가 없어 방향을 돌리는 차량들과 주차요원이 뒤엉켜 북새통을 이뤘다.

카지노안에도 적정 수용인원(750명)을 넘어 1천여명의 손님들이 꽉 들어차 480대의 슬롯머신은 물론 30대의 게임테이블 주변에 구경꾼들까지 이중,삼중으로 둘러싸고 있었다.

카지노 운영업체인 (주)강원랜드 윤운섭 팀장은 "당초 하루평균 손님 2천명을 예상했으나 2일 4천419명, 3일 5천62명으로 갈수록 늘고 있다"며 "객실 199개인 카지노호텔의 경우 이달 한달동안 주말예약도 이미 끝난 상태"라고 말했다.

카지노호텔 진입로에 위치한 고한읍 탄광촌 일대는 몰려드는 손님들을 맞느라 분주했다. 영동선 열차 고한역 관계자는 "평소 하루 하차손님이 200명 정도였으나 카지노가 문을 연뒤 400여명으로 늘었다"고 말했다.

2천200여가구의 이 탄광촌에는 카지노 손님들이 늘자 노래방, 음식점, 유흥주점 등이 새로 문을 열거나 업소 개조작업을 하느라 바빴다. 최근 한달사이 전에 없던 전당포가 6개나 생겼고 렌트카 업체도 2곳이 문을 열었으며 기껏해야 종업원 1~2명이던 룸싸롱에 10~20명씩의 아가씨들로 꽉 들어찼다.

유정커피숍 이모(52.여)씨는 "카지노 손님들이 숙박업소를 찾지못해 난리"라면서 "고한읍내 10여개 여관과 여인숙은 오전에 동났고 인근 사북읍이나 남면에서도 방을 못구해 승용차로 20여분 거리인 태백시로 나간다"고 말했다.

미향횟집 남진만(45)씨는 "고향을 떠나 타지에서 장사를 하던 주민들이 카지노 성황소식을 듣고 속속 돌아오고 있다"며 "나도 집 떠나 장사한지 7년만에 되돌아와 지난 7월 이 곳에 횟집을 열었다"고 말했다.

이같은 현상은 인근 사북읍과 태백지역도 마찬가지. 올해들어 이 지역에 일반음식점 50여개, 단란.유흥주점 10여개가 새로 문을 열었으며 오후 8시만 되면 캄캄하던 탄광촌이 밤늦게까지 불켜진 업소들과 몰려드는 차량으로 활기를 되찾고 있었다.

태백시 황지동 연지다방 오모(42.여)씨는 "노래방이나 호프집 임대를 위해 좋은 목을 알아봐달라며 하루 3~4명씩 외지손님들이 찾아온다"고 말했다.

이와 달리 폐광촌 정비작업과 카지노호텔 주변 건물철거로 수십년동안 뿌리박았던 주민들이 고향을 떠나는가 하면 카지노개장 이후 폭등한 건물임대료로 속앓이를 하는 사람들이 느는 등 '카지노 특수'로 인한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또 한탕주의 열풍으로 카지노에서 거액을 잃은 뒤 택시비를 내지 않고 도망가거나 전당포를 찾는 사람도 늘고 있다.

지난 98년 주민 8천여명이던 고한읍의 경우 탄광촌 주변 국.공유지를 불하받거나 무허가건물에 거주하던 주민 1천여명이 건물철거에 따른 보상비만으로는 땅을 구하지 못한채 타지로 떠났다.

평당 20~30만원하던 고한읍 도로변 땅값이 카지노가 들어선다는 소식과 함께 500만원까지 치솟은데다 임대료마저 2배이상 올랐기 때문.

고한읍 ㅂ세탁소 김성한(42)씨는 "3년전 장사가 안돼 보증금 3천만원에 세탁소를 임대했던 주인이 최근 보증금도 되돌려주지 않고 나가라고 해 답답하다"고 말했다.

택시기사 강모(50.)씨는 "3일 새벽 500만원을 날렸다는 한 손님이 고한에서 서울까지 택시를 타고 간뒤 돈을 내지 않고 도망쳤다"면서 "유흥업소보다 전당포가 6개나 먼저 생긴것도 이런 손님을 노린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 동네 ㅇ전당포 장모(42)씨도 "수백만원을 날린 카지노 손님들이 숙박비나 택시비를 마련하기 위해 반지,목걸이를 내놓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말했다.

윤상호기자 younsh@imaeil.com 김병구기자 k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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