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미대선-역전 또 역전 TV앞 울고웃고

○…역전에 역전을 거듭하는 숨가쁜 드라마는 중대형 경합주를 중심으로 펼쳐졌다CNN.MSNBC.ABC 등 미국 방송들은 시시각각 뒤바뀌는 두 후보간 우열을 점치느라 진땀을 흘리고 플로리다 경우 여러번에 걸쳐 보도 내용을 정정하기까지 했다.

첫 환호가 터졌던 곳은 부시 진영. 한국시간 8일 오전8시 전국 50개 주 가운데 가장 먼저 투표가 끝난 인디애나와 켄터키주 출구조사에서 고어를 가볍게 제쳤다. 선거인단 20명을 확보한 것. 그 뒤에도 부시가 앞서 나갔다.

한국시간 오전 10시30분쯤에 CNN은 부시가 121명, 고어가 119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해 격차가 좁혀지고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같은 시각 MSNBC는 부시 130명, 고어 119명으로 여전히 부시 우세라고 전했다.

고어는 한때 당락의 윤곽을 결정할 최대 격전지 플로리다에서 승리해 25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한 것으로 보도됐다. 이어 미시간(18명), 펜실베이니아주(23명) 등 대형 경합주를 차례로 차지, 10시50분 쯤에는 192대 185로 대세를 역전시켰다.

그러나 플로리다 승전보는 무위로 돌아가고 방송사들은 보도를 취소했다. 그 결과 한국시간 낮 12시쯤엔 다시 부시가 217명 대 172명으로 고어에 역전했다.

하지만 고어 진영은 여전히 당선이 확정된 것처럼 환호했다. 개표 보도가 취소된 플로리다에서도 여전히 승리를 확신하는 분위기였다. 실제로 오후 2시가 지나면서 고어는 아이오와 주에서 7명을 추가, 플로리다 등 3개주를 남겨놓고 249대 246으로 재역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오후 4시를 넘기면서 방송들은 플로리다에서의 부시 승리를 선언했다. 부시는 나머지 2개 주(위스콘신.오리건) 개표 결과에 관계 없이 당선이 확정됐다고 CNN은 긴급 보도했다. 부시 진영은 순간 환호와 함께 축하 샴페인을 터뜨렸다.

하지만 이것 역시 무효가 되고 상황은 서스펜디드 게임으로 진입했다.

○…전세가 워낙 박빙으로 진행되자 선거 전문가들조차 예측을 포기하는 모습을 보였다. CBS 방송의 명앵커 댄 래더가 선거전문가 3명에게 승자를 예측토록 요청했으나 각각 1명씩의 후보를 다르게 들었을 뿐 나머지 1명은 아예 선택을 포기했다.

이 때문에 4년 전 같으면 한국시간 8일 오전 10시만 돼도 승패가 판가름 날 판이었지만, 이번에는 오후 4시(미국 동부시간 새벽 2시)까지 지연됐다.

일부 전문가는 플로리다 승리 여부로써 전체 승패를 알 수 있기 때문에 한국시간 낮 12시만 되면 결판이 날 것이라고 예상했으나, 이마저 빗나갔다.

○…미국 유권자들 중 부시를 찍은 사람은 정직성과 강력한 지도력 때문에, 고어를 선택한 사람은 경험과 복잡한 사안에 대한 이해력을 높이 사 그렇게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VNS(유권자 뉴스 서비스)가 투표 유권자 8천364명을 인터뷰해 분석한 것. VNS는 미국 언론사들이 공동으로 설립한 선거 관련 조사업체이다.

또 고어는 흑인.히스패닉 등 소수계와 여성들에게서 지지가 높았고, 부시는 남성과 백인의 지지도가 높았다. 연령별로는 별 차이가 없으나, 고어는 연간 수입 3만 달러 이하의 저소득 계층에서, 부시는 7만5천 달러 이상의 고소득 계층에서 각각 높은 지지를 받았다. 경제를 중시한 유권자들은 고어를, 세금 감면을 중시한 사람들은 부시의 손을 들어 준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대통령 선거전이 대접전을 펼치면서 유권자들의 관심이 높아져 투표율이 50%선을 넘어선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미국 선거연구 위원회는 전체 유권자의 50.7%가 참가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는 1992년(55.09%) 보다는 낮은 것이나, 4년 전(49.08%)보다는 높다. 미국의 대통령 선거 투표율은 1960년대까지만 해도 60%를 웃돌았으나 70년대 들어 50%대로 떨어졌고, 1996년에는 40%대로 또 내려 갔었다.

한편 미주리주에서는 예상보다 많은 유권자가 몰리면서 투표용지와 투표소 등이 모자라는 사태가 빚어지자 세인트 루이스의 순회판사가 투표 시간을 3시간 연장하는 임시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특히 미주리 주 최대 도시인 세인트루이스는 연방법원 결정으로 투표 시간을 3시간이나 연장했다. 그 결과 세인트루이스 유권자들만은 현지시간 밤 10시까지 투표를 할 수 있었다. 현지 언론들은 "투표율이 워낙 높아 투표소에 입장하기 위해 1시간 이상이나 기다리는 상황이 빚어졌으며, 일부 유권자들은 지쳐 직장으로 돌아가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전면적인 우편투표를 처음 도입한 오리건 주에서는 81%나 되는 투표율을 기록했다○…고어는 테네시주에서 충격적 패배를 당해 미 선거 사상 28년만에 처음으로 자신의 고향을 따내지 못한 대통령 후보가 됐다. 그는 같은 편인 클린턴 대통령의 고향 아칸소에서도 패배했다.

그러나 전혀 예상밖 결과는 아니었다. 테네시 주민의 상당수는 고어가 워싱턴에 너무 밀착돼 있는 중앙무대 정치인이지 테네시의 정치인은 아니라는 이유로 멀리해 왔던 것. 유권자의 절반 가량은 이곳이 고어 후보의 고향이라는 사실이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견해를 보였다.

테네시는 고어가 처음 의회에 진출했던 1976년 이후 보수적 성향이 강해졌으며, 1994년 이래 주지사.상원의원을 모두 공화당에서 뽑고 있다. 다만 4년 전 클린턴 출마 때는 2%p의 아슬아슬한 차이로 민주당이 이겼었다.

역대 대통령 선거 승리자 중 고향에서 지고 당선된 경우는 윌슨(뉴저지, 1916년)과 제임스 폴크(테네시, 1844년) 뿐이다. 대통령 후보로서 자기 고향에서 진 최근 사례는 1972년의 조지 맥거번(사우스 다코타, 낙선) 경우이다.

○…주지사의 소속 정당과 이번 대선의 지지 정당이 엇갈린 경우도 있었다.

민주당 고어는 일리노이.펜실베이니아.미시간 등 공화당 주지사가 재직 중인 주에서 승리했고, 공화당 부시는 민주당 주지사가 있던 미주리에서 이겼다. 미주리 주지사는 지난달 비행기 추락사고로 숨졌다.

외신종합=국제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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