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온이 뚝 떨어졌다. 옷깃을 바짝 세우고 웅크려 종종걸음 치는 사람들 모습에서 겨울이 멀잖았음을 실감한다. 가뜩이나 힘겨운 살림, 서민들에게 겨울은 차라리 없었으면 좋았을는지 모를 계절이다.
30년째 연탄 배달을 하고 있는 강동주(54)씨. 묵직한 무게로 늘어지는 리어카 만큼이나 올해는 마음도 무겁다. 기름값이 많이 오른 뒤 연탄 주문이 늘어난 것은 좋지만, 이웃들이 휘청대는 모습이 안쓰럽기 때문이다.
휘청대는 이웃들 안쓰러워
나무 땔감의 아랫목 문화가 기름보일러 문화로 바뀐지 어언 20여년. 그러나 강씨는 그런 변화도 아랑곳 않고 낙동강 인도교가 바라다 보이는 칠곡군 왜관읍의 한 마을에서 연탄 배달만 해왔다.
"198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새벽 일찍부터 밤늦게까지 쉴틈이 없었지요. 서로 먼저 배달해 달라고 통사정하기도 했습니다. 공장까지 몸소 리어카를 끌고 오는 사람도 적잖았지요"
하루에 3천장 이상 배달하느라 허리가 부러질듯 하고 손이 부르튼 적도 많았다고 했다. 연탄 200장을 실은 리어카 무게는 무려 720㎏. "그만 둬야지, 그만 둬야지" 입버릇처럼 말해 온 세월이 30년.
그 사이 세월이 변해 주문이 많이 줄었다. 한겨울에나 이따금 주문이 있을 정도. 1990년대 들어서는 그나마 주문이 거의 끊겼다. 덩달아 할일 없어진 강씨는 겨울이 아닐 때는 철따라 공사장을 찾아 다녔다. "이제는 정말 연탄 배달 그만둘 때가 됐나?"
주문 늘어도 예전처럼 신안나
그런가 싶었지만, 세월은 또 바뀌었다. 올 가을 들어서는 주문이 다시 부쩍 늘었다. 지금 연탄 1장 값은 300원. 그래도 기름 보다야 싸지 않으냐, 그나마 다행 아니냐며 그는 씁쓰레하게 웃었다. 서민들이 물가에 울고 웃는 일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는 모양이다.
"기름값 올라서 서민들 걱정이 크지요? 1972년에는 정부가 1장 당 값을 3원이나 올리는 바람에 난리가 났었습니다"
장영화기자 yhja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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