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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성적은 경제력순 큰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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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직업과 경제력이 자녀의 대학 진학 및 명문대 합격에 미치는 영향이 해가 갈수록 커지고, 중소도시 지역 고교 출신들이 명문대에 진학하는 비율도 크게 낮아져 과외 허용 등 잇단 교육제도 개편이 되레 교육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있다. 특히 서울대의 경우 신입생의 과반수가 서울 지역 고교 출신이며, 그 절반 가량이 강남 8학군 출신이라는 사실은 무엇을 말하는가. 강남 8학군 고교 졸업생은 서울 지역 전체의 20%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떠올릴 때 고등교육의 기회는 부유층 지역에 집중적으로 주어지고, '성적은 곧 경제력 순'이라는 등식을 만들어가고 있는 꼴이 아닌가.

한 조사에 따르면 부모가 농·어민인 학생은 서울대 신입생 중 12.8%였으나 92년엔 9.5%, 96년 5.0%, 올해는 3.5%로 줄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부모가 전문직인 경우는 88년 7.8%, 92년 8.7%, 96년엔 19.9%, 올해는 23.2%로 크게 늘어났고, 관리직도 88년 9.5%에서 올해 26.6%로 증가했다.

사회경제적 지위를 결정하는 요소로 소득·직업과 교육이 꼽히지만, 소득과 직업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 교육이다. 그런데 최근 고등교육의 기회가 대물림 수준을 넘어 해가 갈수록 확대 재생산되는 경향을 보인다면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다.

이 같은 지역·계층간의 교육 기회 격차는 저소득계층의 자수성가 가능성을 희박하게 만든다는 점에서도 큰 문제다. 우리 사회에서 거의 유일한 계층 이동 수단이 교육 기회였지만 이젠 지방이나 사회경제적 하위계층에겐 신분 상승 기회로의 접근이 더욱 어려워졌다는 이야기가 된다.

교육 불평등의 가장 큰 요인은 '어떤 과외를 얼마나 받을 수 있느냐'가 학생들의 성적을 결정한다는 데 있다. 내신성적에 큰 영향을 미치는 수행평가가 과제물 위주로 진행되면서 부모나 학원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학생과 그렇지 못한 학생들 사이에는 성적 차이가 벌어질 수밖에 없어지기도 했다.

더구나 헌법재판소가 지난 4월 학원 강사 등의 과외교습 단속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림으로써 과외는 날개를 달았다. 게다가 교육부는 7개월이 넘도록 헌재가 그나마 제재를 가할 수 있도록 한 고액과외의 고액 기준조차 내놓지 못해 과목당 수백만원대의 족집게 과외가 성행하고 있는 형편이다.

어디 그 뿐인가. 내년부터 중학생에게도 실시될 7차 교육과정에 따라 수익자 부담 원칙으로 진행될 특기적성교육과 특별활동도 저소득층 학부모에게는 새로운 부담이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교육 기회 불평등 해소 대책이 아쉽기만 한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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