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핏대 정치', 이제 그만…

50년대 자유당 시절만해도 우리정객 가운데는 매력 있는 정치인이 적지 않았다. 대구중구서 당선됐던 유석 조병옥(趙炳玉)선생이나 국회의장을 지낸 해공 신익희(申翼熙)선생 같은 분은 그 훤출한 풍모와 사려 깊은 언행으로 이 땅의 백성들을 매료시켰었다. 야당인 민주당이 대표 최고위원 선출을 둘러싸고 신구파가 경쟁, 당이 분열위기에 빠지자 당시 구파 보스였던 조병옥이 신파의 리더 장면(張勉)에게 당 대표자리를 양보하면서 "빈대 잡자고 초가 삼간을 태울수는 없다"고 했던 말은 지금도 인구(人口)에 회자되는 명언이었다. 당시 전란과 자유당 독재에 시달리던 이 땅의 백성들에게 유석처럼 기골있는 의원들의 '소신 발언'은 더운 여름 한줄기 소나기 같은 청량제였었다. 요즘 국회의원의 소신 발언이 연달아 말썽이다. 한나라 이주영(李柱榮)의원이 'KDL정현준사장의 사설 펀드에 정계 실세인 KKK의원 관련' 발언을 한데 잇달아 14일에는 김용갑(金容甲)의원이 '민주당 노동당 2중대' 발언으로 정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여당은 이들의 발언을 두고 정치를 같이 못하겠다고 격노하고 있다. 반면 야당측은 이.김 두의원의 발언은 과거의 김홍신 의원이 했던 '공업용 미싱'같은 원색적인 발언과는 달리 표현방법상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국정의혹을 질의했다고 상반되게 보고 있다. 어떻든 옛날 유석이 "빈대 잡자고…"하면서 대의명분을 앞세우던 그 모습과 요즘의 의원들의 모습은 어쩐지 차이가 나는것만 같아 안타깝다. 보수우익의 정객으로서 당당하게 자신의 소신을 펴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하필이면 '노동당의 2중대'식의 극렬한 표현은 좀 뭣한게 아닌지…. 더구나 김 의원의 연설이 끝나자 서울.경기권의 한나라당 의원들이 외면한 가운데 TK.PK의원들만 남아 김 의원을 격려하는모습은 우리 정치 현실을 말하는 듯해서 씁쓸하다. 그러나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요즘같은 난국에도 말꼬투리나 잡고 걸핏하면 달아오르는 우리의 '냄비 정치' 현실이 아닌가 한다. 면책특권이 있는 국회의원의 발언에 대해 무조건 "저런 사람과 정치 못하겠다"고 신경질적으로 반응하는 여당의 막무가내식 대응방법이 김 의원의 과격 발언보다도 더 큰 문제라는 생각도 든다. 김 의원의 여론을 앞세운 발언에 격노하기보다 왜 그런 발언이 나왔느냐부터 한번쯤 챙겨보는 것이 여당다운 처신 아닐까. 김찬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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