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고기 한 근에 껌 두통, 단감 15kg 한 상자에 설렁탕 두 그릇, 주키니 호박 20개들이 10kg 한 상자에 심플 담배 두 갑'
21일 전국적으로 열린 농민 총궐기대회는 피폐할대로 피폐해진 농촌 현실에 대한 농민들의 울분이 본격적인 대정부투쟁으로 이어지는 시발점이 되리라는 점에서 우려와 파장은 클 수밖에 없다.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씩 쏟아부은 시설원예의 첨단 기자재들이 애물단지로 내팽개쳐지고, 소와 돼지가 가득 들어찼던 축사는 텅 빈지 오래. 바닥에 떨어진 농산물 가격에 절망감과 패배감에 빠져 있던 농민들이 마침내 정부의 책임과 납득할 만한 대책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이번 집회는 종전 사안별 국지성 집회가 주류를 이루던 농민대회가 전국 동시다발로 확대됐다는 점, 그동안 추곡가 인상수준에 그쳤던 요구내용이 농업 전반에 걸쳐 다양해졌다는 점 등에서 농민운동의 새로운 국면이 시작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또 지금까지 자생단체인 소수 농민회가 농민들의 불만여론을 주도해 왔으나 이번에는 정부지원까지 받는 농촌지역 최대조직인 농업경영인 연합회를 비롯, 4H연합회, 농촌지도자회 등 대정부투쟁을 자제해 온 단체들이 적극 선두에 나섰다는 점도 주목된다. 실제로 이날 집회에는 경주 5천명, 김천 2천명, 영주.상주.청송 각 1천명 등 경북도내 18개 시.군에서 1만5천명이 참가하는 것으로 신고됐으며 경찰도 최소 8천명 이상이 참가한 것으로 집계 할 정도로 대규모로 진행됐다.
그만큼 농민들이 몸으로 겪고 있는 생존권에 대한 위기감이 정부나 정치권이 책상머리에서 막연히 추정하는 분위기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것을 반영한다. 실제 정부가 20일 내놓은 농가부채 경감책에 대해서도 농민 대다수가 의례적인 위무책 정도로 여기고 있다.
21일 집회의 방식이 농업경영인 경북도 연합회 임원진 삭발식을 시작으로 도로점거, 농산물 투척과 소각, 소.돼지 길거리 내몰기 등 종전에 비해 훨씬 조직적이고 과격해진 것도 농민들의 이같은 의식을 반영하는 대목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나 정치권, 지자체나 농.축협 등은 '농민 살리기'에 팔을 걷어붙이는 모습은 커녕 정쟁만을 일삼아 향후 사태를 더욱 어렵게 만든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이날 집회 참가자들은 "오죽하면 농민들이 애써 기른 농산물을 내다 버리고 불태우는지, 소.돼지를 길거리로 내모는지를 이해해 달라"며 "정책당국이 특단의 조치를 내놓지 않는 한 농민들의 대정부투쟁은 강화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김성우기자 swki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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