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젯슨 퍼마 '달라이 라마 이야기'

요즘 한국 불교계의 화두 중 하나는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의 한국방문이다. 중국과의 외교적 마찰을 우려한 우리 정부의 소극적인 태도 때문에 연내 방문은 불가능해졌지만 그에 대한 관심은 식지 않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달라이 라마의 누이동생 젯슨 퍼마가 들려주는 달라이 라마 이야기가 번역돼 나왔다'달라이 라마 이야기'(김은정 옮김,자작 펴냄)는 달라이 라마 환생부터 티베트 망명정부까지 티베트의 역사와 문화 등 전반에 걸쳐 솔직한 목소리로 풀어내는 책이다. 인도와 스위스에 유학한 저자 퍼마는 1990년 티베트 망명정부 최초의 여성수상에 임명됐고, 현재 인도 다람살라에 있는 티베트 어린이마을 이사장을 맡고 있는 티베트 여성지도자다.

달라이 라마는 티베트의 정신적인 지도자이자 세속적 정치권력의 수장이다. 몽골어로 '달라이'는 큰 바다를 뜻하고, '라마'는 티베트어로 스승이라는 의미다. 즉 넓은 바다와 같이 큰 덕의 소유자인 스승이다. 티베트에서는 통치자의 자리가 세습되지 않고 환생제도를 통해 결정되는 독특한 제도를 갖고 있다. 티베트인들은 달라이 라마가 입적하면 다시 환생한다고 믿기 때문에 환생한 달라이 라마를 찾아 후대 달라이 라마로 결정한다. 달라이 라마로 결정된 순간부터 티베트의 정치적, 종교적 통치권자의 역할을 맡게 된다.

현 14대 달라이 라마 텐진 지아초(1935-). 중국 접경지역인 티베트 동북부 암도지방의 탁처에서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어릴 때 이름은 라모 턴둡. 퍼마의 집안은 달라이 라마 외에도 또 다른 특별한 환생자 두명을 배출한 가정이다. 큰 오빠 툽텐 지그메 노르부는 쿰붐사원 지도승의 환생이며, 막내동생 텐진 초지알은 13대 달라이 라마의 절친한 친구였던 응가리 린포셰의 환생임이 밝혀졌다. 어린 시절 심한 개구쟁이였던 지아초는 관세음보살의 화신으로 추앙받을 정도로 위대한 정신의 소유자인 달라이 라마로 거듭 태어나게 된다. 달라이 라마의 많은 가족들은 망명지의 고단한 삶 속에서 언제나 달라이 라마의 큰 힘이 되어 주었다.이 책은 달라이 라마와 그 가족들의 사생활을 통해 티베트 비극의 생생한 모습과 '살아있는 부처'인 달라이 라마의 인간적인 풍모를 엿보게 해준다. 그의 환생부터 시작해 인도 다람살라에 있는 티베트 망명정부까지, 그리고 달라이 라마 주변의 사소한 일상에서부터 정치적 상황까지 모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 포탈라궁의 어린 시절부터 티베트의 고유한 문화풍습까지 다양한 내용이 망라돼 있다. 책말미에 덧붙인 달라이 라마 계보와 가계표, 연대표 등도 달라이 라마와 티베트를 이해하는데 좋은 자료다.

서종철기자 kyo425@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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