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연중 최고치를 사흘째 경신하는 등 환율 급등에 따라 주식시장에도 먹구름이 잔뜩 끼었다.
환율 급등과 관련 가장 큰 관심을 끄는 부분이 외국인 움직임. 주식투자 손실을 본 외국인들이 환율 급등으로 환차손까지 보고 있어 매도공세를 펼 것이란 예측이 나오는 가운데 이중으로 손해를 본 상태에서 쉽게 손을 털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외국인 매매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취약한 주식시장의 수급 구조 때문에 환율의 향방과 그에 따른 외국인의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지 않을 수 없다.
22일 외환시장에 원.달러 환율은 대만 통화 가치가 폭락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투자불안 심리가 퍼져 9.40원 오른 1천176.90원에 마감됐다. 이로써 원.달러 환율은 지난 21일(1천154.00원)과 22일(1천167.50원)에 이어 연중 최고치를 사흘째 경신하게 됐다. 한은 관계자는 "원.달러 환율이 특정 통화에 과민 반응을 보였다는 것은 시장불안심리가 해소되지 않았다는 것"이라면서 "현재 시장이 불안한 만큼 원·달러 환율은 당분간 대만통화 변동추이에 따라 움직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증시전문가들은 환율 상승으로 외국인이 환차손을 의식해 주식을 매도할 경우 주식시장이 큰 충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신흥증권에 따르면 외국인들은 원화 환율이 1천110원일 때 5조4천726억원어치, 1천120원대에서 3조8천305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반면 1천130원대부터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순매수 규모가 급격히 줄어 1천130원 이상에서 7천564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신흥증권은 "1천110~1천120원대의 원·달러 환율을 외국인들은 적정 환율로 보는 것 같다"며 "최근의 환율 변동폭은 외국인들에게 매우 부담스러운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SK증권은 최근 환율이 1천140원대를 넘어서면 외국인들이 한국 증시를 떠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환율 상승에 따른 외국인 매도 우려로 주식시장은 5일째 하락세를 나타냈다. 특히 환율 불안이 또다른 위기의 서곡이 아니냐는 의문이 증시에 확산된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하고 있다.
반면 환율 상승이 위기에 대한 공감대를 확산시켜 부진한 구조조정을 재촉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의견도 없지 않다. LG투자증권은 "환율상승에 대해 정부가 개입하는 것은 오히려 위기의 새로운 시작이 될 수 있다"며 "구조조정 실패로 인한 한국경제에 대한 신뢰도 약화와 외국인의 매매패턴이 셀 코리아(sell korea)로 발전되지만 않는다면 외화수급면에서 원.달러 환율이 큰 폭으로 상승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대현기자 sky@imaeil.com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野, '피고인 대통령 당선 시 재판 중지' 법 개정 추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