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풍-불신의 재앙

제2경제위기가 올 것이냐를 두고 국민들의 신경이 곤두서 있다. 정부당국자들은 거시경제지표를 들어 안온다고 주장하나 국민들은 올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여있다. 장래를 예측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일부 경제전문가들은 위기가능성을 수치로 나타낸다면 이미 절반을 넘어섰다고 분석한다. 대우자동차의 노조반발에 의한 부도와 기대미달의 현대건설 5차자구안이 가능성을 앞당길 것으로 보았다. 이것이 검찰수뇌부 탄핵안 처리무산으로 빚어진 국회파행을 신호로 환율폭등과 주가폭락을 가져와 마침내 올 것이 온 것같은 경고를 준 것이다.

다행히 외환보유고가 OECD국가중 일본에 이어 2위이며 단기부채의 2배수준인 9월현재 934억달러로 97년 환란 당시보다 10배가 넘어 위기재연의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OECD보고서가 나와 다소 안심이 된다. 그러나 경제붕괴가 시작된 지방과 불황 한파가 덮친 중소기업자.자영업자.재래시장상인들에게는 이미 97년 경제위기때와 같은 고통이 들이닥쳐 단순히 수치의 문제로만 왈가왈부할 처지가 아니다. 비록 국가부도위기는 아니라 할지라도 이들에게는 고통지수가 환란당시의 수준에까지 치솟은 것이다.

고통지수 환란수준

위기냐 아니냐는 논쟁이 이제 별의미가 없어졌다. 설사 국가부도위기는 아니라해도 경제가 굴러가는 방향은 위기로 진행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경제전문가들도 외환위기는 현재의 외환보유고가 많다고 안심할 수 있는게 아니라고한다. 앞으로 외국인 주식투자자금의 움직임과 국내자금의 해외유출이 외환위기를 좌우할 것이란 관측들이다. 동남아 지역 통화불안이 자금이탈의 부분적 원인이지만 그보다도 국내정치의 불안 등이 이들 자금의 이탈 가능성을 높인다는 분석이다. 올들어 환율변동분의 약85%가 외국인 주식투자자금에 의해 결정돼왔기 때문에 이들 자금이 이탈하면 환율급등과 외환수급의 위기가 우려된다는 것이다.

더욱이 내년1월 제2단계 외환거래자유화계획의 추진으로 이같은 외자이탈에 내국인의 자금유출마저 겹쳐 일어난다면 외환위기가 본격적으로 오지않는다는 보장도 없다. 그때까지 대우차.현대건설문제가 풀리지않은채 국회파행으로 공적자금 추가조성이 늦어져 기업.금융구조조정이 지연된다면 어떤 사태가 닥칠 것인가.

그러나 어떻게해서든 비극적 위기의 재발은 막아야한다. 당장 외국인 자금의 이탈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하고 마지막 기회인 기업.금융구조조정을 제대로 추진해야한다. 제2단계 외환자유화가 내국인 자금유출을 가져오지 않게해야 한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정부.여당이 대통령부터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다. 정부.여당의 국정운영과 정치적 지도력에대한 국민의 신뢰 없이는 이같은 처방이 실효를 얻지못하기 때문이다.

위기재발은 막아야

김영삼정부가 외환위기를 맞은 것도 따지고 보면 목전의 위기에도 경제기초가 괜찮다며 거짓을 일삼은 때문이다. 정부.여당의 거짓이 만든 불신의 재앙인 것이다. 현정부도 IMF조기졸업 과대선전, 공적자금사용의 도덕적 해이와 공적자금 추가조성 불필요발언 번복, 대북사업의 특수호황 전망, 대통령 노벨상 경제효과 과대홍보, 현대건설사태의 말바꾸기 등 숱한 국민불신을 쌓아왔다. 의약분업 갈등.노조파업 등 집단 이기에 원칙없는 대응도 불신을 키웠다. 여기에 한빛은행 부정대출사건과 동방금고 로비사건 등에 이은 검찰수뇌부 탄핵안처리를 둘러싼 여야합의파기와 국회파행은 국민불신을 몰고온 결정판이었다. 또 본격적 위기를 초래한다면 그것은 정부.여당이 만든 불신의 재앙이라해도 할 말이 있을까.

정부.여당이 지금이라도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려면 정도(正道)정치로 돌아가야한다.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려는 식의 호도는 지식정보사회에선 결코 통하지 않는다. 야당의 주장이 아니더라도 대통령의 국정운영실패에대한 겸허한 반성과 사과는 물론 원칙을 지키는 정치를 다짐해야 한다. 먼저 권력형 비리로 지목된 일련의 대형부패사건부터 국민이 납득할 수 있게 철저히 가려야한다. 그 전제로 검찰수뇌부의 퇴진을 포함한 불신받는 검찰조직에대한 중대한 결단이 있어야할 것이다. 홍종흠(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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