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李총재 인기관리 나섰나

'부자 몸조심'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의 요즘 심경을 한 측근은 이렇게 짤막하게 표현했다. 이 총재가 검찰 지도부에 대한 탄핵안 표결 무산 이후 대여 공세의 수위를 한껏 고조시킨 상황에서 조건없는 전격등원을 선언, 결단력있는 정치지도자의 모습을 부각시킨 이면에는 이같은 심경도 깔려 있다는 말이다.

게다가 이만섭 국회의장에 대한 사퇴 요구에 대해서도 최근 사과 수준으로 완화하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이 총재는 예산안 심의 등 향후 국회활동을 통해 정부.여당의 실정을 집중 부각시켜 나가겠다고 공언했지만 정작 본인은 이같은 전략에서 물러나 앉은 모습이다. 각종 국회 대책은 당 3역회의에 사실상 위임한 상황이고 노숙자 방문 등 민생현장 탐방에 주력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당내 강경파 쪽에선 이 총재의 최근 행보에 대해 "너무 앞서가고 있다"는 등의 비판까지 제기되고 있다. 당외의 정치권에서도 무조건 등원으로 그동안 약점으로 지적돼온 정치력 부재나 타협과 결단력의 부족에 대한 당내외의 비판을 완화시킨 여세를 몰아나가겠다는 의도를 너무 드러내는 것 아니냐고 지적한다. 그러나 여권을 계속 몰아칠 수 있는데도 이 총재가 서둘러 뒤로 물러앉은데는 다른 배경이 작용하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이와 관련, 무엇보다 여권의 정계개편 움직임을 경계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당직자는 "여권이 수세로 계속 몰릴 경우 자민련과 군소 정당들을 통합하는 제2의 3당 통합에 나설 수 있으며 이는 우리 당에 역풍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이에 따라 대여 공세의 수위를 적당한 선에서 자제하고 대국민 이미지 제고에 나서게 됐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주진우 비서실장도 "이 총재가 오후 일정은 각계 각층을 두루 만나 여론을 수렴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궁극적으론 수권정당 총재로서 대국민 이미지 제고를 꾀하고 있다"고 전했다.

서봉대기자 jinyo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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