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게이트' 수사와 정치권

정치권이 '정현준 게이트' 연루설로 곤욕을 치른지 얼마되지 않아 또다시 MCI 코리아 진승현 대표의 로비 의혹에 휩싸이고 있다. 여권의 실세나 야당 의원 연루설 등 갖가지 루머가 여의도 정가에 나돌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설에 대해 여야는 서로 상대측 연루 의혹을 집중 부각시키는 동시에 자신들 쪽으로 불길이 번지는 것을 조기 차단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는 양상이다. 그러면서도 양측 모두 진씨 로비 의혹이 몰고 올 파장의 심각성을 우려한 듯 전면전은 자제하려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또 오히려 이런 현상 때문에 정치권의 연루설을 더욱 기정사실화하려는 분위기마저 없지 않다.

0…민주당은 여권 고위인사 연루설에 대해선 "한나라당의 정치공세에 불과하다"는 등 강력 일축하면서 진씨의 야당 로비설로 맞서고 있다.

야당에 의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당내 법률구조단의 신건 단장(전 국정원 2차장)은 "진씨를 만난 적도 없고 일절 관계하지도 않았다" 며 "한나라당이 유언비어 유포와 음해에 대해 사과하지 않을 경우 반드시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고 강조했다.

박병석 대변인은 "진씨가 한나라당 중진 의원에게 80억원을 건넸다는 첩보가 있어 진상을 확인중이며 당 공식기구를 통해 논의할 것"이라고 역공을 폈다.

그러나 박 대변인은 "정치권이 공멸의 길로 가고 있다"는 등 파문 확산도 우려했으며 한 당직자는 "증권가 루머까지 거론하자면 진씨 사건과 관련, 수백억원의 돈이 여야 인사들에게 뿌려졌으며 야당 고위 인사의 아들이 개입됐다는 루머까지 있다"며 "여야 모두 근거없는 루머를 갖고 공격해선 안된다"고 거들었다.

0…한나라당은 국정원 전.현직 간부들의 진씨 도피방조 및 검찰수사 개입의혹 등을 계속 부각시키고 있다. 당 안팎에선 진씨를 지원해온 여권 실세 및 국정원,검찰 관계자들의 이름 등이 구체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장광근 부대변인은 "금감원은 물론 현직 국정원 차장까지 의혹의 뒷전에 오르는 등 진씨 사건이 금융비리 사건의 차원을 넘어 국기문란 사건으로 비화될 수 있다"며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그러나 진씨가 여야 인사들 모두에게 로비를 벌였다는 설이 나돌고 있는데다 특히 MCI 코리아가 야당의 텃밭격인 부산에 연고를 두고 있다는 점 등으로 긴장하는 모습도 보였다. 반면 여당으로부터 로비의혹을 받고 있는 정형근 의원은 "대꾸할 가치조차 없다. 어디서 그런 얘기가 나오는지 되묻고 싶다"고 일축하고 있다.

서봉대기자 jinyoo@i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