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미 대중교통 흑백차별 항거 파크스씨 기념 박물관 개관

◈美 앨라배마주 몽고메리시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45년전 이맘때, 미국 앨라배마주 몽고메리시. 엠파이어 극장 앞에 시내버스가 멎자 차를 운전하고 있던 운전기사는 좌석에 앉아있던 흑인 여자 재봉사 로사 파크스(Rosa Parks.당시 42세)씨에게 자리를 백인에게 양보해 줄 것을 요구했다.

파크스씨는 단호하게 거절했고 운전기사는 파크스씨에게 "철창신세를 질 것"이라며 협박했다. 파크스씨는 끝내 뜻을 굽히지 않아 구금됐으며, 이 사건은 1955년 12월5일부터 약 1년간 계속된 '몽고메리 버스 보이콧운동'으로 이어져 결국 미국 전체를 뒤흔든 '민권운동'의 시초가 됐고 흑인들은 마침내 대법원으로부터 대중교통수단의 흑백공용화를 이끌어냈다.

당시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사라져가는 지금, 파크스씨의 '역사를 뒤바꾼 항거'를 기념하는 박물관이 사건 발생 만 45년만에 버스가 멎었던 바로 그 현장인 앨라배마주 몽고메리시에 세워져 지난 1일 문을 열었다.

개관식엔 사건의 당사자인 파크스여사를 비롯, 미국 남부 기독교 지도자 연합회 의장인 마틴 루터 킹 3세, 전 UN주재대사 앤드류 영, 제시 잭슨 목사, 시인 마야 엥겔로우, 여배우 시실리 타이슨씨 등이 참석해 '역사의 재현 현장'을 빛냈다.

이 박물관에는 당시 몽고메리에서 벌어졌던 인종차별 양상을 보여주는 각종 자료가 전시되고 있으며 파크스씨의 흉상도 놓여 있다.

박물관의 하이라이트는 당시 파크스씨가 탔던 버스. 박물관 안에는 버스가 자리하고 있고 버스 유리창 사이로 비치는 영상을 살펴 보면 당시 파크스씨와 운전기사가 나눴던 '유명한 대화장면'이 나온다.

박물관은 트로이대학이 지어 기증했으며 시민들은 기부금을 통해, 미국 교통부도 100만달러의 예산을 책정해 건립에 도움을 줬다.

트로이대학의 카메론 마틴데일 총장은 "원래 이 부지엔 주차장을 건설할 계획이었다"며 "하지만 이 역사의 현장에 들른 사람들이 아무 기념물이 없는 것에 불평을 터뜨리며 근대 민권운동의 어머니에 대해 알고 싶어해 결국 박물관 건축으로 방향을 바꿨다"고 말했다.

최경철기자 koala@imaeil.com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