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8일 기업의 자금난 해소를 위해 산업금융채권과 중소기업 금융채권을 비실명으로 발행하거나 세제혜택을 주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예상된다.정부는 비실명으로 발행할 경우 이들 채권에 시중의 떠돌아다니는 거액의 자금이 몰리고 이 돈으로 관련 산업에 투자를 할 수 있다는 이점을 염두해 두고 있다. 그만큼 기업의 자금사정이 어렵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금융실명제 원칙에도 어긋날 뿐 아니라 검은 돈의 은닉처, 증여·상속세의 회피 수단으로 이용되는 부정적 측면도 적지 않아 반발도 예상된다.
정부는 이런 문제점 때문에 비실명 발행 대신 이들 채권을 금융소득 종합과세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을 포함해 다양한 세금 감면 방안도 함께 검토하고 있다.
진념(陳稔) 재정경제부 장관이 이날 국회 연구모임인 '경제비전 21'이 개최한 토론회에서 의원들이 이들 채권의 발행 촉진을 위한 지원책 마련을 요청한데 대해 "신중히 검토하겠다"고 조심스런 태도를 취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금융실명제 하에서 비실명 채권은 시중의 자금을 끌어들이는 역할을 할 것만은 분명하다.
산업금융 채권과 중소기업 금융채권은 산업은행과 중소기업이 발행하는 특수채로 비실명 발행을 허용할 경우 더욱 많은 자금을 조달해 관련 산업을 지원, 기업의 자금난을 더는 효과를 낼 수 있다.
정부는 지난 98년 국제통화기금(IMF) 사태때 한시적으로 고용안정 채권, 증권금융 채권, 중소기업 구조조정 채권, 외국환평형기금 채권 등 4개 채권에 한해 비실명발행을 허용해 3조9천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외국환평형기금만 1년짜리였고 나머지는 5년짜리였다. 당시에는 자금출처 조사를 면제해줬다.
그러나 내년 1월부터 금융소득 종합과세와 1인당 5천만원 한도의 예금부분보장제도가 시행될 예정이어서 비실명 채권이 나올 경우 금융기관에서 이탈하는 자금과 '검은 돈' 등이 몰려 그 규모는 98년을 훨씬 능가할 것으로 보인다.
비실명으로 발행되면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절세' 측면에서 매력적인 상품이다. 이자소득세만 만기 상환때 원천징수 된다.
또 상속·증여의 수단으로 악용할 경우 누가 사고 누가 팔았는지를 알수 없기 때문에 세금 추징이 어렵게 된다. 검은 돈이 이들 채권에 유입될 우려도 크다.
이 때문에 과세형평과 금융실명제 원칙과도 배치될 뿐 아니라 부의 변칙상속을 부추긴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정부를 이를 의식해 비실명 발행을 하지 않고 두 채권에 대한 이자소득을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에서 빼주거나 감면하는 등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모두 법 개정이 필요한 사항으로 최종 결정까지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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