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내 외국인 고용 사업장 상당수가 '이탈방지'를 구실로 매달 일정 금액을 떼거나 첫달 봉급 전액을 보증금으로 압류하며 사실상 임금을 착취하고 있다.
이들 사업장은 이같은 '적립금' '꺾기' 등으로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강제 저축'을 시킨 뒤 이를 유용하거나 떼먹는 사례도 적잖다는 것이다.
지난 98년 달성군 구지공단의 모 섬유공장에 취업한 외국인 연수생 라울(가명·30·필리핀)씨의 경우 최근 2년간의 적립금 300만원을 찾으려 했지만 업주가 '저금한 적이 없다'고 발뺌하는 바람에 돈을 되돌려받지 못하고 있다.
라울씨는 "첫달 입금 통장을 본 뒤에는 적립금 통장을 볼 수가 없었다"며 "여권도 회사측이 갖고 있어 돈을 어떻게 찾아야 할지 막막하다"고 하소연했다.
서구의 ㅎ 섬유업체에 근무하고 있는 바비(가명·29·필리핀)씨는 첫달 월급 130여만원 가운데 30만원만 받고, 100여만원은 회사가 보증금 명목으로 통장에 강제 적립해 놓은 상태다.
지난 9월 달서구 성서공단 기계공장 근로자 로날드(가명·33·필리핀)씨는 자신의 이름으로 된 적립금 200여만원을 중간해약하기 위해 은행을 찾았지만 이미 업주가 찾아 공장운영비로 쓴 상태였다.
회사측은 적립금을 되돌려달라는 로날드씨에게 '나갈때 주면 되지 않느냐'며 거절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구외국인근로자상담센터에 따르면 대구지역 외국인근로자 사용업체 600여곳 중 70~80%가 이처럼 월급 중 20%가량을 적립금으로 떼거나 첫달 월급을 '꺾기'형태로 빼돌리고 있다.
특히 외국인산업연수생으로 입국했다 근무지를 옮긴 근로자들의 경우 '불법체류'의 약점을 이용한 업체들의 횡포가 더욱 심해, 대구지역 불법체류자 1만여명이 '강제적립금'과 '꺾기'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원태석 대구가톨릭근로자회관 이사는 "업체들이 적립금을 받기 위해서는 근로자의 동의가 필수적이고 중도해약도 가능하다"면서 "그러나 업체들이 불법체류자라는 점을 악용해 적립금 대다수를 떼먹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현재 대구지역 외국인근로자는 산업연수생 4천600여명을 포함해 1만5천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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