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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일본 울린 한국 청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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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월드컵의 FIFA 공식명칭은 '2002 KOREA.JAPAN월드컵'이다. 굳이 코리아를 앞에 명기한 것은 월드컵의 하이라이트인 결승전을 일본에서 개최하는 대신 한국은 개회식과 3, 4위전을 치른다는 조건아래 국제축구연맹의 결정을 양국이 수락한 공약이다. 다만 일본의 국내체면을 생각해서 일본에서 열리는 친선경기땐 '일.한월드컵'이란 명칭을 편의적으로 써도 좋다는 양해가 이뤄진 것이다.

그런데 일본은 슬그머니 그 국제공약을 팽개치고 월드컵 공식명칭 을 '2002 JAPAN.KOREA월드컵'으로 굳혀버리고 전세계에 보내는 대외공식문서나 월드컵홍보책자 등에 버젓이 박아 내보내고 있다. 당연히 한국측에서 항의성 이의를 제기했으나 일본은 못들은척 딴청을 부리며 먼산을 보고 있다. 한국측도 이 대회의 성사배경이 바로 '한.일간의 우호증진'에 있다는 기본정신을 고려, 더이상 이의제기를 않기로 했다고 한다. 지리적 거리나 아픈 역사 등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한.일관계는 '가깝고도 먼나라'라고 부른걸 새삼 떠올리게 하는 월드컵명칭파동이었다.

지금 일본 열도는 한국인 대학생 이수현씨(27.고려대 무역학과 4년 휴학중)의 살신성인(殺身成仁) 행적을 기리며 추모열기로 들떠있다고 한다. 이씨는 국제적 감각을 더 익히려고 일본어학연수차 갔다가 지난 26일밤 도쿄국철 신오쿠보역에서 술취한 일본인이 철길에 추락한 걸 다른 일본인과 함께 구하려다 미처 빠져나오지 못하고 세사람이 함께 열차에 치여 숨졌다. 이 소식이 일본언론에 대서특필되자 이 한국대학생을 '아름다운 청년 이수현'이라며 성금이 속속 답지하고 그의 인터넷 홈페이지엔 추모의 글이 폭주하는 등 그야말로 일본열도가 들썩거린다고 한다. 일본관방장관이 문상대열에 직접 참가하고 일본 정부와 경찰은 그를 의인(義人)으로 표창 하기로 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증조부가 일본에서 원인모를 죽음을 맞았고, 할아버지는 일제때 탄압으로 징용당해 갖은 고생을 했으며, 그의 아버지가 여섯살때인 44년에 귀국, 36세에 겨우 얻은 외아들이었다고 한다. 열차에 치여 그는 결국 그 가깝고도 먼나라인 일본과의 3대에 걸친 악연을 의(義)로 승화시킨 주인공이 된 셈이다. 그의 죽음과 지금 일본의 열기를 보면서 역사의 아이러니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월드컵 명칭파동'과 이같은 일본의 약삭빠른 민족성을 이 한국대학생의 선행으로 마감하기엔 아직 한.일 양국간에 넘어야 할 산은 높고 멀지 않나 하는 묘한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다.

박창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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