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단지내 배출업소 관리권은 현재 환경부에 있다. 이 관리권은 지난 86년까지는 지방자치단체가 갖고 있었으나 87년 지방 환경청이 생기면서 가져갔다. 그러다 91년 낙동강 페놀사건이 터지면서 92년 7월부터 공단 뿐 아니라 모든 배출업소를 지자체가 관리하도록 했으나 환경부는 2년 뒤 다시 공단내 배출업소 관리권을 회수해갔다. 이처럼 국가 및 지방공단 배출업소에 대한 지도단속권은 환경부와 지자체로 여러차례 왔다갔다 했다.
지자체들이 관리권을 지방에 넘기라고 해도 환경부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중순 경기도 안산시에서 열린 '지방이양 실무추진위'에서도 '대기·수질·유해화학물질 배출업소 관리사무의 지방이양' 논의에서도 환경부는 끝내 2002년 1월20일까지 '제도개선'이란 단서조항을 달아 조건부 가결이라는 생색을 냈다.
환경부가 공단지역 배출업소의 관리권을 놓지않으려는 이유는 조직보호에 있다. 공단지역 배출업소의 지도·단속권을 지자체에 넘길 경우 지방 환경청의 존립이유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중앙부처 권한의 지자체 이양 요구는 민선단체장 선출이전부터 줄기찼다. '마지못한' 정부는 지난 91년7월 '지방이양 합동심의회'를 설치했으나 97년까지 심의대상 사무 총 2천779건중 지방이양을 확정한 사무는 1천174건으로 43%에 불과했다. 특히 96년, 97년도의 지방이양 비율은 각각 26%, 30%로 매우 저조했다. 이 마저도 대부분 이미 지자체에 위임돼 있는 사무이고 업무내용 역시 실질적 권한이 없는 사무였다.
이에 대한 지방의 불만이 높아지자 정부는 99년 1월 '중앙행정권한의 지방이양 촉진 등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고 '지방이양 추진위원회'까지 구성했으나 2000년 5월까지 지자체에 넘긴 사무는 73건에 지나지 않는다.
대구시 관계자는 "단순사무만 넘겼지 기능중심 이양은 추진되지 않고 있다"며 "자치법상에 포괄적으로 명시돼 있는 사무구분을 각 부처별로 보다 세분화·구체화해 중앙정부가 해야할 사무외 나머지 사무는 지자체에 이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앙부처 특별행정기관을 폐지하고 그 사무를 광역 지자체로 이관해야 할 이유는 많다. 먼저 인력 및 예산낭비를 최소화 할 수 있다. 수만명에 달하는 특별행정기관의 인력을 줄일 수 있고 사무실 등 특별행정기관 유지에 따른 고정경비도 대폭 절감할 수 있다는 얘기다. 또 특별행정기관과 지자체를 함께 오가는 데 따른 국민과 기업의 시간·경비도 절감이 가능하다. 또 정치·행정의 민주화를 달성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행정서비스 공급주체가 주민 가까이에 있어 주민에 의한 통제도 쉽다. 게다가 지역주민의 활발한 행정참여도 가능하며 각 지역 특성에 적합한 정책을 수립·집행할 수 있다. 따라서 과도하게 중앙에 집중된 권한을 지방에 분산해야 지방자치에 걸맞은 행정의 분권화와 자율화를 실현할 수 있다.
중앙부처는 권한을 내놓지 않는 이유로 지방의 정책수행 능력부족을 내세운다. 특별 행정기관 설립도 업무의 성격상 전문성과 기술성, 전국적 통일성 확보가 필요한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또 전국적 행정수요의 변화추이에 따른 대응력을 높이고 지역간 적용기준·원칙 등의 불균 형 해소 차원이라고 강변한다.
이는 억지다. 교통·통신의 발달 등 행정환경이 변했고 지자체의 역할증대로 그 필요성이 감소하고 있다. 게다가 지자체와의 기능중복으로 국가예산과 인력낭비도 많다.
사정이 이런데도 중앙부처의 특별행정기관 수는 오히려 늘고 있는 추세다. 지난 85년 3천53개이던 특별 행정기관이 2000년 3월말 현재 6천943개로 130%가까이 증가했다. 대구시내에만 17개기관 254개의 중앙부처 사무소가 있다.
특히 지자체와 유사·중복기능을 가진 특별행정기관은 전국적으로 지방노동청 6개(지방노동위원회 12개. 지방노동사무소 40개), 지방보훈청 5개(보훈지청 20개), 지방병무청 10개(지방병무사무소 3개), 지방중소기업청 11개, 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 6개(수입식품 검사소 6개), 지방환경청 4개(출장소 등 13개) 등이 대표적이다. 더욱이 이들 특별행정기관의 수행사무중 60%가 규제관련 사무로 지자체들이 충분히 수행할 수 있거나 수행하고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특별행정기관과 지자체간의 유사·중복업무는 수도 없이 많다. 노동·보훈·병무업무 외에 중소기업업무의 경우 중소기업 구조개선 융자사업은 지방중소기업청과 중소기업진흥공단, 지자체가 중복지원하고 있다. 지방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업무 역시 대부분이 지자체와 중복 이다. 이 때문에 지난 98년 대구지방 식약청이 들어선 뒤 대구시 보건환경연구원은 조직을 축소(1과 4명)해야 했고 분석장비도 먼지만 뒤집 어쓰고 있다. 또 중복감시로 관련 업계의 불편이 이만저만 큰 게 아니다.
환경업무도 중복투성이다. 지방환경청은 4대강(낙동강·한강·금강·영산강) 수계 환경업무를 총괄하고 국가 및 지방산업단지 폐기물 처리를 맡고 있다. 지자체는 산업단지외 기타 공업지역의 폐기물 처리를 담당한다. 특히 지자체가 환경오염 발생업소를 적발, 환경개선부담금을 징수해도 부담금의 10%만 징수비용으로 지자체에 교부해 부담금이 지역 환경개선에 전혀 사용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구시 환경정책과 관계자는 이와 관련 "환경청이 부과한 부담금은 100% 국고로 들어간다"며 "환경개선 부담금은 전액 지자체에 넘겨 지역 환경시설에 투자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앙부처의 행정편의주의와 부처 이기주의에 편승한 특별 행정기관의 난립과 팽창은 지자체의 자율성을 저하시킬 뿐 아니라 주민참여의 제한 등으로 갖가지 폐단을 유발하고 있다. 이석형 박사(행정학)는 "동일업무 중복추진, 이중관리에 따른 행정비능률, 책임행정 결여, 민원인의 불편, 인력·예산의 낭비, 주민참여 제약, 행정의 대응성 미흡 등을 유발시킨다"고 특별행정기관의 폐해를 지적했다. 이 박사는 이어 "국가가 통일성을 기해 추진해야 하는 체신·국세·검찰·철도업무외 나머지 특별행정기관은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취지에서 대구시는 지역 국회의원의 발의를 거쳐 특별행정기관을 폐지하는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함께 특별 행정기관의 설치요건을 강화해 중앙부처의 무분별한 특별행정기관 설립도 막을 계획이다. 그러나 정부(기획예산처)는 지난 98년 11월부터 99년 2월사이 수백억원의 예산을 들여 외국계 용역기관에 의뢰한 중앙부처에 대한 경영진단결과를 발표조차 하지 않고 있다.
이 박사는 "여야 정당이 국민은 안중에도 없이 사시사철 '모' 아니면 '도'식의 정쟁을 일삼고 있는 것도 중앙정부에 모든 권한이 집중된 탓"이라며 "중앙정부의 권한이 약화되면 정치지상과 정치과잉의 시대도 사라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영창 기자 cyc1@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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