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은 1세기에 한번 올까말까하는 대형 이벤트를 잇따라 유치해놓고 있다. 오는 5월 제51차 국제청년회의소 아시아.태평양(JCI)대회, 대륙간컵 축구대회를 시작으로 2002 월드컵, 섬유박람회, 2003 유니버시아드대회 등 메가이벤트가 줄을 잇고 있다.JCI대회에만 22개국 8천여명의 회원들이 참가할 예정이고 대구월드컵에도 21만명의 국내.외 입장객가운데 6만3천여명의 외국관광객이 찾을 전망이다.하지만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이들 대회가 관광수입이나 국제홍보에서 '황금알'을 낳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지만 대구시와 경북도는 방문객들의 돈보따리를 열 준비가 안돼 있고 국제홍보와 관광인프라 구축에 거북이걸음을 하고 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계명대 오익근 교수(관광경영학과)는 "대구.경북이 대형이벤트를 유치해놓고 있지만 관광객들의 입맞에 맞는 상품을 내놓지 못할 경우 관광인프라와 관광상품이 우위에 있는 일본에 실속은 다 내주는 등 반쪽짜리 대회로 전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관광기획상품
96 애틀랜타 올림픽때 호주 여행사들은 낮에는 경기관람, 밤에는 관광을 하는 스포츠투어상품을 만들어 다른 나라의 이벤트를 활용한 발빠른 대응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국제대회를 앞둔 지역의 여행사나 관계기관은 이같은 상품개발은 엄두도 못내고 있다. 기존의 관광지를 어떻게 홍보할것인가만 신경을 쓸뿐 개성이 다른 세계 각국의 관광객을 겨낭한 기획상품 개발에는 무신경하다.이홍철(31.여행스케치)씨는 "브라질 국민들의 경우 월드컵 관람을 위해 4년동안 계모임을 하는 축구팬들이 수만명이 된다"며 "여행업계와 대구시가 힘을 합쳐 실속을 차릴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월드컵과 U대회를 겨냥, 캠프지 유치도 신경써야 할 상품이다. 한 팀만 캠프지 유치를 하더라도 최소 수만달러씩 뿌리고 스타플레이어를 보기 위해 수백, 수천명의 팬들이 동반입국하는 추세여서 이들이 떨어뜨리고 가는 달러가 엄청나다.일본은 60여개 지자체가 캠프지유치에 나섰으나 대구.경북을 비롯한 국내도시는 아주 소극적이다.또 자연경관, 문화재 등 볼거리 부족을 만회하기 위해 지역의 문화축제 개최시기를 국제대회기간중에 맞출 필요가 있다. 달구벌축제, 섬유축제.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 등 가을에 집중된 지역축제를 대회기간으로 변경, 각 국 고유의 체험상품에 관심이 많은 관광추세에 부응해야 한다.
여행사 관계자들은 외국관광객의 70%를 차지하는 일본과 중국인들을 겨냥한 상품에 특히 신경써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일본의 철도회사나, 여행사, 지자체와 연계, 일본인의 구미에 맞는 쇼핑코스, 볼거리.먹을거리코스를 개발하고 중국인에 대해서는 볼거리보다 쇼핑, 놀이공원, 카지노 등의 레저와 쇼핑쪽으로 유도해야 한다는 것.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시티투어도 국제대회 기간중에는 전 참가자들이 도시관광을 경험할 수 있도록 별도의 스케줄과 코스공략으로 외국인의 돈주머니를 풀어야 한다.캐릭터 및 특산품
호주는 2000시드니올림픽에서 토종동물을 캐릭터화 한 올림픽마스코트로 5천만달러 이상의 수익을 올렸다.대구시.경북도는 15개 자치단체에서 30여종의 캐릭터를 개발, 각종 이미지홍보와 상품개발에 나서고 있다. 캐릭터개발에 6억원을 넘게 들였으나 매출액은 2억여원으로 아직은 기대이하. 포항시는 과메기 등 10여종의 캐릭터를 만들어놓고 있으나 캐릭터를 통한 직접수익은 전무한 상태이고 안동시가 하회탈을 이용한 캐릭터 상품으로 1억4천500여만원의 수익을 올린 것이 가장 앞선 수익모델이 되고 있다.따라서 지자체별로 다양한 캐릭터를 내세우기보다는 U대회와 월드컵을 겨냥, 대구.경북의 공동캐릭터를 새로 개발해서 셔츠, 모자, 배지, 장신구 등 상품화에 나서야 한다. 아니면 팔공산 갓바위 캐릭터인 '갓방구'나 '화회탈'을 대표 캐릭터로 선정, 홍보에 발벗고 니서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또 대구지역이 특화에 성공한 약령시를 활용, 건강보조식품, 한방생활기기, 전통차제품과 많은 패션몰을 연결시키는 쇼핑코스 상품도 만들어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홍보
훌륭한 관광자원을 갖고도 홍보가 잘 되지 않으면 대구.경북은 밥상만 차려준 채 빈껍데기만 차지할 우려가 크다.외국관광객의 경우 철저한 계획하에 여행을 하는 만큼, 사전홍보가 국제대회 유치의 실속을 차릴 수 있는 관건이다. 그 관문은 홈페이지 홍보가 될 수밖에 없다.한.일 월드컵 개최도시의 인터넷 웹사이트를 분석한 이홍철씨는 "대구시의 독자도메인을 개발, 야후 등 세계적인 검색엔진에 올려 세계인들이 쉽게 대구를 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와 함께 항공권, 숙박권 등을 홈페이지로 예약하고 신용카드로 결제가능한 시스템 구축에도 나서야 한다는 것.쇼핑업체에는 외국어로 된 세일 안내문, 통역도우미, 외국어 안내방송 등으로 외국인들의 불편을 줄이고 통역자원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외국어학원과 연계, 외국 관광객의 출입이 잦은 지역에 외국어통역 도우미전화를 설치, 전화 '콜 서비스'도 실시해봄직하다는 지적이다.
외국관광객의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일본 등 한자문화권 관광객의 편의를 위해 한자와 영어를 병기하는 표지판 안내도 바람직하다.
이춘수기자 zapper@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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