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학자이자 독립운동가인 단재 신채호(申采浩)의 친손자 논쟁이 지난해 법정으로까지 번져 화제가 된 적이 있다. 한 골동품상이 단재의 친손자로 행세하면서 독립유공자 후손에게 지급하는 보상금을 편취해오다 단재의 며느리가 아들 명의로 법원에 소송을 내게 됐다. 죽 은 남편의 묘를 파서 유전자를 검사한 결과 그 골동품상은 친자(親子)가 아닌 것으로 밝혀진 사건이었다. 그의 생모가 단재의 아들과 결혼하면서 친자로 입적했다 들통났던 셈이다. 쯠혈액형은 사람마다 차이가 있는 적혈구 표면의 단백질(항원)에 의해 구별된다. 유 전법칙에 따라 평생 변하지 않는 혈액형은 그 때문에 친자 감별이나 범죄 수사 등에 응용돼 왔다. 가장 널리 이용되는 'ABO 방식'은 혈구에 A항원이 있으면 A형, B항원만 가졌으면 B형, 둘 다 있으면 AB형, 둘 다 없으면 O형으로 구분한다. 또한 Rh항원이 있는 사람 은 Rh+형, Rh항원이 없으면 Rh-형이다. 쯠그런데 최근 혈액형이 A형인 아버지와 O형인 어머니 사이에서 지금까지 통설로는 나올 수 없는 AB형의 딸이 태어나 유전자를 검사한 결과 아버지가 희귀한 'cis-AB'형인 것으로 밝혀져 화제다. 통상적인 혈액형 검사나 정 밀검사에서도 나타나지 않는 '숨은 AB형 유전자'를 국내에서 처음 발견했지만, 혈액형을 정확히 알려면 염색체를 분리해 분자유전 자 검사를 거쳐야만 한다는 사실이 확인된 셈이다. 쯠서울대병원 임상병리학과 한규섭 교수는 대개 A형으로 잘못 진단되는 'cis-AB '형의 경우 혈청 등을 이용한 통상적인 정밀검사를 거치면 비정형 AB형으로 확진되는 것이 보통이지만, 이번과 같이 정밀검사에서까 지 감쪽같이 A형으로 나온 것은 처음이라고 밝혔다. 'cis-AB'형은 A형과 B형 어느 한쪽 항원성도 미약해 A형이나 B형으로 진단되게 마련이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쯠혈액형 검사는 그간 범죄 단서를 찾아내고 친자 여부를 확인하는 데 폭넓게 활용돼 왔다. 배우 자의 부정을 입증하기 위해 이용되는 사례도 있었다. 하지만 그중에는 부모 자식간 혈액형이 다르다고 불륜 등에 대한 오해나 친 자 의혹을 산 경우도 없지 않았을는지 모른다. 호주에서는 유전자 검사를 통해 혈육을 확인할 수 있는 상품이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는 소식도 들리지만, 바야흐로 유전자 검사 시대가 온 건 틀림없는 것 같다.
이태수 논설위원
































댓글 많은 뉴스
李대통령 "앞으로 광주특별시" 한마디에…'전남 빠진 약칭' 논란 재점화
성과급에 뿔난 SK하이닉스 직원들…3500명 모여 '새 노조' 만든다
광주 군공항, '반도체 기지'로 바뀐다…전투비행대대 어디로 가나
李대통령 지지율 43.3% '취임 후 최저'…4주 연속 내리막
추미애, 삼성·SK하이닉스에 경고…"폐수 방류 줄이는 노력 안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