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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호사가가 99년7월부터 지금까지 대우그룹의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에 투입된 공적자금 21조원을 1만원권 지폐의 길이로 따져 보았더니 지구둘레(4만㎞)를 8바퀴 돌릴 만한 거액이었다한다.

이 돈을 밟고 달나라(35만㎞)까지 갈 수 있고 8t트럭에 1만원권으로 실으려면 210대가 동원돼야하며 연봉 3천만원짜리 직장인이 한푼 안쓰고 그대로 모아도 7만년이 걸려야 저축이 가능한 액수란 것이다.

대우그룹은 이처럼 '달나라까지 갈수 있는' 거금을 쏟아붓고도 여전히 정상궤도 진입의 가닥이 잡히지 않고 있다. 아직도 갈팡질팡 헤매고 있는 가운데 급기야는 김우중(金宇中) 전 회장에 대한 체포결사대 50명이 서울 서초구 방배동의 김 전 회장 자택을 기습적으로 점거 농성을 벌였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느끼게 한다.

이미 대검 중수부가 인터폴을 통해 김 전 회장을 중요범죄자로 수배한데 이어 이번에는 외교통상부를 통해 김 전 회장의 소재 파악에 나서고 있다니 한때 '날리던' 대우의 김우중씨도 속절없이 중죄인의 꼴이 됐다고나 할까.

대우 사태가 터지기 전까지만해도 '김우중'이란 이름은 신화였다. 샐러리맨에서 맨 주먹으로 세계 굴지의 기업을 일궈낸 그의 성공담은 가난한 젊은 인재들의 피를 끓게했고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는 그의 경영 철학은 방향 잃은 우리 기업에 방향타가 되기도 했다.

실제로 미국의 하버드대는 한때 김우중의 세계경영을 학부 교재로 채택한 적도 있고 영국의 이코니미스트지는 김 전 회장을 세계 유수의 위대한 경영인으로 평가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김 전 회장이 41조원을 분식회계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김우중 신화는 갈가리 찢겨져 나가는 느낌이다. 김 전 회장을 우리 시대의 살아있는 신화쯤으로 생각하던 많은 사람들은 결과적으로 '희대의 사기극'으로 끝난 그의 세계경영을 보면서 "당신마저 그럴수가…"하며 허탈해하고 있다.

보기에따라 김 전 회장은 사기꾼이 아니라 정경유착의 관행을 벗어나지 못한데다 대마불사(大馬不死)의 환상을 일찍 깨어나지 못한 때문에 무너진 '구식(舊式)'경영인이란 설명도 있을수 있을 것이다.

어쨌든 김우중 신화의 붕괴는 그 경제적인 마이너스 효과보다도, 우리 모두의 꿈이 무너졌다는 측면에서 더욱 허망스럽고 아픈 느낌이다.

김찬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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