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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에 옛날 짝사랑하던 애인이나 스승을 찾는 프로가 있다. 그것을 볼 때마다 나도 이런 저런 생각을 한다. 나를 찾을 사람이 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없다. 반에서 공부도 시원치 않았고 뭔가 보여주는 짓을 제대로 하지 못한 소치다. 그런데 찾아보고 싶은 사람은 있다.

어릴 적 살던 적산가옥에는 다섯 가구가 함께 살았다. 그 곳에 나와 동갑내기가 둘이 있었다. 그 중 한 친구는 대학교까지 야구부를 했다는 소문은 들었다. 나머지 한 친구의 소식이 궁금했다.

그 친구는 양자로 들어와 성장했다. 말썽을 잘 피우는 형 때문에 나이 든 부모님의 귀여움을 독차지했던 기억이 있다. 왜 그랬는지 나는 유독 그 친구와 많이 싸웠다. 더욱이 세계어린이 동화전집과 TV가 그 집에만 있었기 때문에 속상한 일들이 적지 않았다. 싸운 날 후에는 책 회수가 빨라지고 TV를 볼 때도 눈치를 어지간히 봐야했으니까.

이리 저리 수소문해 보았다. 소식에 의하면 고등학교 때 아버님이 돌아가시자 그 친구의 힘든 세월이 시작되었단다. 고등학교 연극반이던 그 친구는 졸업 후 피혁 염색공장의 직공으로 취직했고 늙으신 노모를 모시고 열심히 살았다 한다. 노모에 대한 효성이 지극해서 친구들을 감동시키고 남음이 있었다. 양자로 데려와 평생을 그 아들을 위해 애쓰셨음을 그 친구는 너무도 잘 알고 있었을 터이다.

그 노모가 돌아가시자 이 친구는 어렵지만 중년의 나이에 일본으로 유학을 떠났단다. 아마도 고등학교 때의 연극에의 꿈을 실현해 보려 했던 것 같다. 지금쯤 만족스러운 모습으로 웃음을 띠고 있을지 궁금하다. 먼저 본분을 다하고 그 후 힘이 남으면 공부하라는 '소학' 말씀의 표본인 듯하여 '세계 어린이동화전집' 때의 섭섭함은커녕 오히려 스스로 부끄러워진다.

대구대 교수.국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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