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저를 꼭 살려주세요".19일 오전 7시 계명대 동산병원 5212호 순환기내과 병실. 울프 파킨슨 화이트 증후군이란 희귀병으로 입원한 필리핀인 산업연수생 킬리프(여.25)씨가 담당의사인 김윤년 교수의 손을 꼭 잡았다.
킬리프씨가 한국땅을 밟은 것은 작년 2월. 여느 외국인 노동자처럼 '코리안 드림'을 안고 대구의 한 섬유회사에 취업했다. 힘든 일 외에도 어려움이 한두가지가 아니었으나 돈을 벌어 돌아갈 수 있으리란 희망에 어떤 것도 이겨낼 수 있었다.
그러나 한국 생활 일년여 되던 지난 10일 새벽, 킬리프씨는 찢어질 듯한 가슴통증 때문에 깬 뒤 인근 병원 응급실로 옮겨졌다. "심장에 이상이 있어 큰 병원에서 수술을 받아야 합니다". 당직의사의 말은 청천벽력이었다. 한국에서 번 돈으로는 수술비를 감당할 수 없는 처지. "돈도 많이 못 벌었는데, 병든 몸으로 귀국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눈물만 나더라"고 했다.
딱한 사정은 그녀가 다니던 대구 남산교회 신도들에게 전해졌다. 교회측은 다시 동산병원으로 주선했고, 병원측은 500여만원의 수술비를 면제키로 결정했다. 수술일은 19일 오전. 성공적으로 끝나면 킬리프씨는 21일 퇴원할 예정이다.
집도의 김 교수는 "이번 일을 계기로 외국인 노동자들과 우리나라 사람들이 서로 마음을 열 수 있게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킬리프씨도 "그동안 외국인 노동자라고 마구 대하고 무시해 무서웠지만, 이번 일을 통해 한국인들의 마음씨가 얼마나 착하고 따뜻한지 알게 됐다"고 환하게 웃었다.
정욱진기자 pench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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