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동안 생사조차 모르고 지낸 남편이 북쪽에서 내려온다니…꿈인지 생시인지 어안이 벙벙하니더"
6·25때 헤어져 지아비의 생사조차 모르고 청상으로 50여년동안 수절해 온 김옥남(75·봉화군 봉화읍 석평2리) 할머니(본지 2000년 10월 28일 22면 보도).
남으로 내려오는 제3차 북측 방문단 명단에 남편인 배영우(72)씨가 포함됐다는 소식을 듣고 "만감이 교차한다"고 말했다.
"18살에 시집을 와 딸 동임(54)이를 낳고 가난했지만 행복하게 살던 중 6·25가 터지고 51년 9월 북한군이 후퇴할 당시 남편이 봉화읍내에 나간 후 소식이 끈긴지 벌써 50년의 세월이 흘렀니더"
아직도 남편의 체취가 듬뿍 밴 한 장 뿐인 빛바랜 도민증 증명사진과 남편이 즐겨 읽었던 연애소설 '새벽길'을 장롱속에서 꺼내 든 김 할머니는 지난 세월이 주마등처럼 스쳐가는 듯 회한에 잠겼다.
"시어머니(88년 사망)와 함께 어린 딸과 남편이 떠난 이듬해 태어난 아들(동창)을 키우느라 온갖 고생을 다하면서도 '언제가는 돌아오겠지'하는 희망을 갖고 살아 왔다"고 말했다.
김 할머니는 곧 상봉할 남편의 얼굴을 그리며 19일 딸 동임씨와 시누이 영필(63·봉화군 물야면 개단리)씨와 함께 영주에 나가 남편에게 줄 한복 1벌을 맞추고 시계 등을 준비했다.
"오는 26일 서울에 오는 남편을 만나 그동안 가슴에 묻어 두었던 한(限)을 토해 내고 싶다"고 속내를 드러내는 김 할머니의 모습에서 분단의 아픔이 진하게 배어나는 듯 했다.
봉화·김진만기자 fact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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