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트렌디 드라마의 구도는 판에 박힌 '신데렐라 콤플렉스'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거기서 거기'일까?
KBS 월화드라마 '귀여운 여인'은 20대 강원도 출신 고졸여성의 사랑과 성공담을 그린다는 취지로 선보였다. 그러나 방영되면서 기존 트렌디 드라마를 합쳐놓은 '짜깁기'라는 비난의 소리가 높아졌다. 지난 99년 SBS의 '토마토'까지 거슬러 가지 않더라도 MBC에서 방영한 '진실', '이브의 모든 것', '비밀' 등의 줄거리와 모티브를 베낀 것이 역력하다는 지적이다.
주인공 한수리(박선영)는 가방수리를 하는 할아버지 슬하에서 가방디자이너를 꿈으로 여기며 사는 여성이다. 어머니가 사고로 세상을 떠나면서, 수리는 홀로 서울에 친구를 만나러 온다. 우연히 알게 된 김훈(이창훈)과 그의 사촌동생 김준휘(안재모). 훈은 삼촌이 회장으로 있는 가방회사의 사장으로 수리의 '키다리 아저씨'가 된다. 아버지에게 반항적인 준휘는 밝은 모습의 수리를 사랑하며 훈과 삼각관계를 이룬다.
실력은 없으나 배경이 든든한 디자이너 독고진(김채연)은 수리를 경쟁자로 여기고 괴롭힌다. 급기야 수리는 가방디자인을 빼돌렸다는 누명을 쓰고 회사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한다(5회). 독고진의 박람회 가방디자인 표절(7회). 준휘를 두고 벌이는 독고진과 수리의 또 다른 삼각관계(13회). 이런 줄거리는 '비밀'에서도 똑같은 내용으로 다뤄진 콩쥐팥쥐형 진부한 선악구도다. 또 지나친 조미료는 제 맛을 잃게 하듯, 조연들의 과장된 캐릭터(최란, 윤기원, 이의정, 주용만 등)는 드라마를 코미디도 아닌 어정쩡한 장르로 만들어 산만한 느낌을 준다.
'귀여운 여인'에서 여성의 성공은 언제나 '백마 탄 왕자'가 있어야만 이루어진다는 드라마의 고정관념을 그대로 답습한다. 결국 시청자들에게 어려움 속에서도 오뚝이같이 일어서는 강인한 여성상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신데렐라 콤플렉스'만 부추기는 꼴이다.
드라마 속에서 남의 디자인이나 베껴서 잠시 성공을 거두는 주인공들의 결말은 언제나 뻔하다. 마찬가지로 참신한 소재를 찾지 않고 복제품이나 써대는 드라마작가들도 극 속 주인공의 모습과 무엇이 다를 것인가.
유순희(soon6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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