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푸틴 조기 방한 배경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당초보다 일정을 하루 앞당겨 26일 방한키로 한 배경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에 대해 박준영 청와대 대변인은 "하루 전에 도착해 정상회담을 진지하게 준비하겠다는 것이 러시아측의 판단"이라며 "이번 일정 변경은 러시아가 한국방문에 대단히 큰 의미를 두고 정상회담을 충실하게 준비해 내실있게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의 조기 방한은 한국과 러시아 양국의 공식 발표 후 변경된 것으로 외교관례상 매우 이례적인 것이라는 점에서 다른 배경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특히 주목되는 부분은 당초 예정됐던 수원 삼성전자 공장 시찰을 취소하고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를 면담하기로 일정을 수정한 것. 푸틴 대통령은 오는 28일 국회 본회의 연설(11시)을 마친 뒤 서울 시내 모 호텔에서 이 총재를 단독 면담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외교부 관계자는 "이회창 총재와의 단독 면담을 일정에 끼워 넣은 것은 뜻 밖"이라고 말했고 국회 관계자 역시 "주요국의 정상 방문때 야당 총재와 단독 회동한 사례는 드물다"고 말했다. 정상들이 국회를 방문하면 국회의장 주선으로 여야 지도자들이 함께 만나는 것이 의전 관례라는 것이다.

이같은 의전상의 파격에 대해 여권은 특별한 의미는 없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푸틴 대통령의 일정이 바뀌는 바람에 수원까지 다녀올 시간이 모자라 대신 짧은 시간 동안 이 총재와 면담하는 것"이라며 "김대중 대통령도 99년 러시아에서 야당 지도자 두 명과 만났다. 특별한 의미를 부여할 것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야당측의 설명은 다르다. 대한(對韓) 영향력 확대를 위한 사전정지작업이 아니냐는 것이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러시아가 이 총재에게 장기적인 투자를 하는 것"이라며 "지난해 10월 이한동 총리가 러시아를 방문했을 때 푸틴과 만나지 못했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도 푸틴 대통령의 일정 변경의 배경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는 않고 있지만 두사람의 면담에서 어떤 얘기가 오갈 것인지에 대해서는 상당히 신경을 쓰고 있는 기색이다.

정경훈기자 jgh0316@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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