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회창 총재가 변하고 있다. 여야간의 대치 정국에서 한 발짝 뒤로 물러나 노동계 등 민생 현장을 잇따라 방문, 각계 각층의 여론을 수렴하는 한편 주변국 대사들과의 면담 등 외교 행보에도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이다. 대신 안기부 선거자금 수사 등 각종 정치적 쟁점 현안들에 대해선 사실상 부총재단에게 위임했다.
이에 대해 당에서는 "국민 우선 정치"라고 표현하고 있다. 이 총재도 "지금까지 알게 모르게 본의든 아니든 자잘한 일로 싸우는 것으로 비쳐져 야당으로서 억울한 일이 많았으나 이를 접고 국민을 바라보는 새 정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주진우 총재비서실장은 "이 총재가 사소한 국내 정치에서 벗어나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내년 말 대선 정국을 의식한 대국민 이미지 제고 행보다. 또 차기 대선을 앞두고 여권이 강한 여당론에 이어 민국당까지 가세한 3당 정책연합을 추진, 차기 대선에서의 반 이회창 연대로 한나라당을 옥죄고 있는 형국에 정면 대응하기보다는 다른 차원에서 이를 극복하겠다는 전략이다.
게다가 최근 몇몇 지지도 여론조사에서는 이 총재가 김대중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답보 혹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것도 걸리는 대목이다. 이를 의식한듯 권철현 대변인은 "국민 우선 정치가 자리잡으면 30%를 웃도는 부동층 중 상당수가 이 총재 지지의사를 표명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섞인 전망을 했다.
이 총재는 27일의 한국노총 방문에 이어 내달부턴 전국 지방별로 순회, 현지 민심을 수렴키로 했다. 지하철 출근도 한달에 한 차례 이상 추진하기로 했다.
또한 내달부터 미국과 일본, 중국 등을 방문하는 계획을 추진하는 등 차기 주자로서의 외교 행보도 가속화하기로 했다. 주변 강국의 정·관. 재계 인사들과 두루 접촉, 제 1 야당 총재이자 유력한 대선 후보로서의 이미지를 부각시켜 나가겠다는 의도다. 28일 방한중인 러시아 푸틴 대통령과의 면담도 갖은 맥락이다.
이에 앞서 이 총재는 이달 들어서만 미국과 러시아, 호주, 독일의 주한 대사 등과 잇따라 만나 관심사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서봉대기자 jinyo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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