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국민과의 대화 시청률

5공화국 시절의 TV 저녁뉴스와 수도사용량에 대해서 나돈 시중의 이야기는 언론이 권력에 통제당한 사실에 퍼부은 냉소적인 반응이었다. 밤 9시뉴스 첫번째 메뉴에 예외없이 전두환 대통령이 나오면 주부들이 이 시간이면 미룬 설거지를 하기때문에 수도사용량이 크게 불어 난다는 것이 그 시대의 암울한 화두였다.

이 '땡전뉴스'는 전파의 특징인 수용자에게 무차별 송출(送出)을 이용한 수동적이고 무제한적인 수용을 노린 것으로 볼 수 있다. 정권담당자들의 언론관을 엿보게 하는 대목이기도 하지만 방송국측의 맹목적인 충성심도 한 몫을 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속된 말로 '알아서 기는'바람에 별 도움도 못주는 뉴스를 볼 수밖에 없어 마침내 최고 권력층이 수돗물과의 관계로까지 거론되는 지경에 빠진 것은 어쩌면 자업자득인지도 모른다.

모든 언론을 한줄로 세우고 자율성을 침해한 그 정권의 언론정책에 대한 말없는 국민저항의 모습이다. KBS시청료 거부운동도 이런 연장선상의 국민행동이 아닌가 싶다.

지난 1일 저녁에 있은 '김대중 대통령 국민과의 대화'프로를 중계하지 않은 KBS2나 교육방송(EBS)의 그 시간대의 시청률이 평소보다 3배이상 높았다는 것은 일차적으로 이 시대 방송의 행태에 대한 경고의 의미로도 받아들여진다. 이유야 어쨌든 방송이 특수목적에 자주 이용된다는 질책의 목소리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2시간이나 계속된 이 프로의 시청률이 1.2.3차와 비교해 볼 때 낮아지고 있어 채널독점이 과연 국민들에게 순기능으로 비쳐지는 것인지에 대한 점검의 필요성을 일깨우는 신호로도 생각할 일이다.

KBS1, MBC, SBS 등 방송 3사가 동일한 내용의 프로그램을 같은 시간대에 일제히 하는 방송은 한마디로 방송의 자율성 부정을 스스로 증명하는 것이다. 언론사 세무조사 등으로 해서 '언론의 길들이기'라는 비판도 제기되는 마당에 3개 채널 독점 방송은 결국 정권의 짐으로 되돌아갈 수밖에 없는 일이 아닌가. 얻는 것은 시청자들의 TV채널 선택권을 무시했다는 비판이라는 것을 정책 담당자들은 되돌아 봐야 마땅하다. 국민의 시대에

더이상 방송이 특정목적에 동원되면 정부와 국민간에 커뮤니케이션 장애도 생길수도 있다는 점이다.

최종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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