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수능이 어려워지면?

2002학년도 수능시험 계획이 발표된 21일 저녁. 스스로를 '84년에 태어난 죄'밖에 없는 대입제도의 희생양 '이해찬 세대'로 부르는 고3생들은 인터넷 사이트 여기저기를 오가며 울분을 터뜨리고 있었다.

"고2때까지 대학을 무시험으로 간다길래 축구만 열심히 했어요. 그런데 지난달 발표된 대학별 입시요강은 여전히 성적으로 줄세우는 방식이었고 거기에 수능시험마저 어려워지면 예전과 다를 게 뭐가 있나요"

▲고3 교실 충격=고3 교실에 긴장감이 감돌기 시작했다. 올해 수능시험을 8개월 앞둔 시점에서 수능시험을 전년도보다 최대 37점까지 어렵게 낸다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발표는 수험생들에겐 경악으로 다가왔다.

특히 지난해 수험생보다 평균 30점 이상 실력차를 보이는 고3생들로서는 재수생들과 특수목적고.비평준화지역 고교 학생들의 강세를 우려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김호원 경신고 교감은 "당장 수업 자세와 공부 방법부터 바꿔야 할 형편"이라고 말했다. 어렵다면서 손도 대지 않던 문제들도 이젠 풀어봐야 하고 언어영역 대비를 위해 다양한 지문 읽기에도 나서야 한다는 것.

▲과외 열풍 우려=한 학원강사는 "평가원 발표 이후 어떤 과목 과외를 어떻게 시켜야 할 지 묻는 학부모들의 전화가 쏟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학원 관계자는 "지난해 언어영역이 쉽게 출제돼 특강 수강생이 거의 없었는데 다시 어려워진다니 다음달부터 신청 학생이 몰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학부모 김모씨는 이날 저녁 한 학원 인터넷 사이트에 "수능-논술-면접을 총괄적으로 지도해주는 프로그램은 없느냐"고 물어왔다. 서울의 경우 이같은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학원이 이미 성업중이다. 올해 입시부터 구술.면접의 비중이 강화돼 사교육비 증가가 예상되는데다 수능시험까지 어려워지면 교과목 관련 사교육비도 예전 못지 않게 들 것으로 보인다.

▲지방 학생 불리=재수생 강세가 예상됨에 따라 고3생들의 수시모집 경쟁은 뜨거워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지방 학생들의 경우 수도권에 비해 대학들의 구체적인 전형방법에 대한 정보가 크게 모자라고 경시대회 응시, 추천서 작성 등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하기 때문에 정시모집에 기대하는 실정.

윤일현 일신학원 진학지도실장은 "내신성적이 좋은 학생들은 최대한 수시모집을 노려야 하지만 수능시험의 변별력이 높아지면 구술.면접, 논술 등의 비중이 낮아지므로 정시모집도 크게 걱정할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김재경기자 kjk@imaeil.com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