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와 함께하는 오후

술을 많이 마시고 잔 어제밤은

자다가 재미난 꿈을 꾸었지.

나비를 타고

하늘을 날아가다

발 아래 아시아의 반도

삼면에 흰 물거품 철썩이는

아름다운 반도를 보았지.

그 반도의 허리, 개성에서

금강산 이르는 중심부엔 폭 십리의

완충지대, 이른바 북쪽 권력도

남쪽 권력도 아니 미친다는

평화로운 논밭.

술을 많이 마시고 잔 어제밤은

자다가 참

재미난 꿈을 꾸었어.

-신동엽 '술을 많이 마시고 잔 어제밤은'

한국문학사에서 통일시의 선구적 업적으로 평가되는 시이다. 재미난 것이 시를 발표하던 1968년 당시는 통일에 관한 어떤 논의도 차단되었고 또 불경시 되던 때였다. 이런 숨막히던 시대, 시인은 술을 많이 마시고 잔 어제밤 꿈을 빌려 통일에 대한 염원을 노래하고 있다. 왜 어제밤에는 술을 많이 마셨을까? 이 시가 있은지 한 세대가 흘렀다. 남북정상회담도 있었고 이산가족 상봉도 있었다. 이건 술 많이 마신 날 밤의 꿈이 아니라 현실이다. 일부에서는 현정부의 유화적 대북정책에 대해 비판적이기도 하다. 미국의 부시정부도 그렇다는 외신도 보인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의 소원은 통일과 '아름다운 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키는 것이다. 김용락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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