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최종진 논설위원

친구는 너 나 할것 없이 가족을 제외하면 으뜸의 인생동반자로 볼 수 있다. 거친 세상을 살아가는 '돛단배 같은 항로'에서 참으로 가슴을 열고 이야기할 수 있는 우정은 기름진 삶이다. 베이컨은 친구가 없으면 세계는 황야에 지나지 않는다고 했다. 어려울때 같이 걱정 할 수 있는 친구는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단 한사람의 고귀한 친구조차 갖지 못한 사람은 사는 값어치가 없는 사람이라고 했다.

▲우리나라의 진정한 친구의 표상으로 오성과 한음의 관계를 흔히 든다. 이항복(李恒福)과 이덕형(李德馨)은 어려서부터 친구로 지내면서 인생을 마감하기까지 서로 도우고 같이 발전한 우정은 유명하다. 임진왜란의 대책수립에 밤을 새우고 골몰한 조선 선조때 명신이다. 중국의 관포지교(管鮑之交)는 서로 이해하고 밀고 아끼며 정답게 지내는 친구의 교제를 가리킨다. 하는 일마다 실패하는 관중을 그때마다 포숙아는 위로하고 사람들의 비웃음을 막아준다. 위대한 우정은 예나 지금이나 교훈으로 남아 있다.

▲거친 인생항로를 헤쳐가는 남자들의 우정을 그린 한국영화 '친구'가 기록적인 흥행가도를 달려 주목을 끈다. 개봉 엿새만인 지난 5일 관객이 128만명을 돌파, 새로운 기록을 계속 세우고 있다. 이 영화는 개봉 5일째인 지난 4일에 이미 관객 100만명을 훌쩍 뛰어넘었다. 역대 최고 흥행작이었던 '공동경비구역 JSA'가 세운 개봉 7일째 100만명을 깨뜨렸다. 개봉되기전에는 '쉬리'와 '공동경비구역 JSA'를 잇는 화제작으로 안착은 물론 관객동원도 회의적이었다.

▲유오성·장동건·서태화·정운택이 출연하는 '친구'는 부산을 배경으로 70년부터 90년대에 걸친 네남자의 우정을 그린 영화다. 그만큼 경상도 사투리가 친숙한 대구관객이 몰리는 이유도 된다. '친구'나 '공동경비구역 JSA' 영화는 사회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는 점이다. '공동경비구역 JSA'는 통일전망과 남북한 관계가 확대되는 시기에 나온 영화다. '친구'는 경제침체기에 복고성향의 기류를 타고 흥행이 성공한 경우로 볼 수 있다. 가난해도 주눅들지 않았던 교복시대의 학창시절을 그린 영화를 통해 경제불황의 스트레스를 잠시나마 잊는다는 게 관람객들의 보편적인 반응이라고 한다. 쫓기듯 사는 세월, 친구만큼 좋은 사람 있겠는가.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