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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상식과 틀은 깨져야 한다".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 선생의 예술적 안목이자 생(生)의 비전이다. 사실 선생은 오래 전부터 틈만 나면 이 말을 강조해왔건만, 이전에는 그저 한 천재 작가의 독특한 비전이겠거니 하고 건성으로 흘렸다. 그러다, 창의력이 절실히 요구되고 "창조가 아님 죽음"이란 서슬 퍼런 극언까지 반 푸념으로 낼 처지에 이르자 선생의 말은 천금의 무게가 된다.

피카소가 큐비스트임은 알아도 사실화의 대가(大家)였음을 아는 이는 드물다. 내 보기에, 사물을 섬세하게 그려내고 거기에 아무리 강한 입체감을 넣어도 결국은 종이 위의 평면으로 머물더라는 사실화에 대한 독특한 눈 뜸, 다시 말해 그 한계에 부딪히고 이를 절감하면서 오히려 그의 큐비즘은 가닥이 잡혔다는 분석이다. 프랑스 작가 두샹은 엉뚱하게도 '변기'를 화랑에 전시하고, 플라톤의 미술무용론(無用論)을 비웃듯 화랑의 벽을 뚫고 실제 침대를 그 자리에 박아 넣는 등, 일상의 사물에 대한 남다른 미학으로 '개념적 예술(Conceptual Art)'을 창시했다. 작년 서울연극제에 온 미국 연출가 로버트 윌슨은 우는 애를 달래려는 엄마의 표정, 첫 10초간이 대개의 경우 애를 협박하고 공포에 질리게 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고는 이 소스라치는 현상을 연극화한 적이 있다. 일상을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않은 한 표본이겠다.

필자는 이 세 가지 사례의 공통점이 백남준 선생이 제시한 비전에 함축돼 있다고 본다. 즉, 모든 상식과 틀은 깨져야 한다는 함성이고, 그러려면 세상에 없는 무엇에 미련 떨 일이 아니라(흔히들 이를 창조의 몸짓이라 착각한다) 존재하는 모든 것들에 치열하게 함몰해야 한다는 말이다. 궁극적으로 모든 인간사는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으며 따라서 변화를 담보함이 선생의 지적이지만, 이 한계는 쉽게 드러나지 않으므로 이것이 기존 현상을 비틀고 뒤집을 절대적 이유인 것이다. 자, 이 봄, 봄의 의미라도 붙잡고 워밍업을 하자. 그것도 생존의 몸부림으로.

가야대 교수.연극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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