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저가·물량 공세에 이어 기술력에서도 지역 안경업계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지역 안경테 제조업계가 IMF체제 이후 지난해까지 지속적인 수출 하향곡선을 긋는 등 심각한 불황에 직면하고 있다.
전국 생산(85%) 및 수출(94%)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지역 업계의 이같은 위기는 유럽 등 선진국의 고품질과 중국 등 동남아의 저가품에 밀려 경쟁력을 상실해온 때문.
이에 따라 지역업계는 신소재 및 자체 기술개발로 인한 원가절감, 디자인개발센터·전시장 등 품질·디자인 개발을 위한 부대시설 마련, 각종 국제 광학전 참가와 국내 전시회 개최 등으로 '한발 앞서기'에 구슬땀을 쏟고 있다.
▨실태=지역 안경산업은 전국 500개 안경 관련업체(안경테제조 400개 업체, 안경부품 100개 업체) 가운데 400개 업체(안경테제조 315개 업체, 안경테부품 85개 업체)를 차지하는 특화업종.
그러나 전체 업체의 80% 이상이 종업원 4인 이하, 자본금 3천만원 이하로 영세성을 면치 못하고 있으며 수출의 90% 이상이 주문자상표부착(OEM) 방식으로 이뤄져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지난 98년 안경테 수출이 1억8천803만7천달러로 전년에 비해 11% 감소한데 이어 99년 1억8천690만6천달러, 지난해 1억8천355만6천달러로 전년 대비 각각 0.6%, 2%씩 주는 등 해마다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게다가 중국, 일본, 홍콩은 EU 등지의 수준높은 기술도입과 자체 디자인개발을 통한 품질향상으로 국내 업체들을 더욱 옥죄고 있다.
박희중 한국광학조합 부장은 "가격은 중국에 비해 뒤지고 품질은 유럽보다 떨어지는 상황에서 경쟁력을 갖추는 길은 디자인개발과 원가절감뿐"이라며 "업계가 외국디자인을 모방하는 관행을 하루빨리 벗어나 품질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활로 모색=수출이 감소하고 내수시장의 수입품 점유율이 높아가는 위기상황을 맞아 지역 업계가 최근 타개책 마련에 몸부림치고 있다.
지역 안경테 수출대상국중 독일 등 EU 지역이 무니켈 안경테만을 선호하고 있는 추세에 맞춰 설비부담에도 불구하고 화경산업사(북구 침산동), 오성광학(달서구 월암동), 삼원산업사(북구 침산동) 등 '티탄 판안경' 생산업체가 늘고 있다.
또 일부 업체는 품질개발과 안경설비 국산화에 주력하고 있다. 최근 '티탄 용접기'를 자체 개발해 지난달 28일부터 로열티를 받지 않고 시장에 내놓은 (주)유레카광학(달서구 갈산동)이 대표적 업체. 국내 업체들이 사용하는 '티탄 용접기'는 대다수 1천500만원대의 일본 수입품인데 반해 유레카광학이 개발해 이례정밀이 생산중인 제품은 성능면에서 일제에 뒤지지 않고 가격도 300만~400만원 정도. 단, 기계 성능은 수준급이나 용접과정에서 테가 부러지거나 떨어지는 등 용접기술력 향상이 선결과제이다.
특히 '자동형말이기계' '용접기' 등 안경관련 자체설비 개발에 상당수 업체가 힘을 쏟고 있어 기술력만 확보되면 원가절감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최근 지역업체들이 국내 전시회는 물론 뉴욕광학박람회(비전엑스포), 밀라노광학박람회(미도쇼) 등 해외 유명 광학전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 국제경쟁력 확보에 나섰다.
오는 19일부터 대구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2001 대구중소기업 수출대전'에는 지역 안경테업체 71개사가 110개의 부스를 배정받았으며, 지난해 열린 미도쇼에 지역 8개 업체가 처음 참가한데 이어 올해에는 17개 업체가 참가할 예정이다.
한국광학조합, 안경수출자협회 등 지역 안경관련 단체들도 '안경산업종합지원센터' 건립추진, '대구국제광학전시회' 등을 통해 품질 및 디자인 개발을 위한 기반시설 마련과 기술지원에 힘을 쏟고 있다.
디자인개발센터, 상설전시장 등이 들어설 '안경산업종합지원센터'는 조만간 '건립추진위'를 구성해 내년 예산확보에 나설 예정이며 대구시가 추진하는 '기계공업연구센터'내에 '광학연구센터'를 설치해줄 것을 요청해 놓은 상태다.
그동안 등한시 한 산한연(産學硏) 공동 기술개발과 협력체제도 모색되고 있다.
티타늄가공업체인 (주)KPC와 대구보건대학 부설 '안경기술개발연구소' 등이 산·학·관 컨소시엄을 통해 안경 신소재(티타늄 혼선)를 개발중이다. 대구보건대학, 대구산업정보대, 영진전문대, 대경대 등이 '안경디자인개발실' '안경광학연구소' '안경 관련 학점배정' '안경디자인과 신설' 등으로 안경디자인 및 기술개발로 안경산업 활성화를 추진하고 있다.
강현식 대구보건대학 안경광학과 교수는 "지역 안경업체가 기술력 확보와 디자인개발에 투자하지 않는다면 살아남기 힘들다"며 "단순히 외국제품을 모방하는 차원이 아니라 세계적 흐름을 좇아 과감한 혁신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병구기자 k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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