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십자수 남자들도 많이 해요

여성들만의 취미로 여겨졌던 십자수(十字繡)가 청소년·남성들에까지 확산되는 등 '십자수 열풍'이 일고 있다.

한땀 한땀 정성을 수놓는 십자수가 삭막한 인스턴트시대에 사람의 체취를 느끼게 하기 때문일까.

10일 오후 대구시 중구 남일동의 한 십자수 전문점. 젊은 여성들 틈바구니 속에 스무살 안팎의 남자 3명이 진열된 십자수 작품을 구경하며 마음에 드는 도안을 고르고 있었다.

매장 한쪽에서 십자수 기법에 대한 점원의 설명을 한마디라도 놓칠세라 귀를 쫑긋 세우고 있던 이동준(20·대학생)씨. "여자 친구가 내가 직접 만든 십자수 작품을 생일선물을 받고싶다고 해서 이곳을 찾게됐다"며 "여자친구나 가족들에게 선물하기 위해 십자수를 놓는 친구들이 의외로 많다"고 전했다.

이 전문점의 관계자는 "4, 5년 전만해도 젊은 여성들이 고객의 대부분을 차지했는데 요즘은 중·고생, 중년 주부는 물론 성인남자들까지 다양해졌다"며 "현역군인이나 의무경찰들이 틈틈이 십자수를 놓기 위해 도안과 재료를 구입하러 오는 경우도 적지않다"고 귀띔했다. 남자들 중에서는 거칠고 급한 성격을 스스로 교정하기 위해 수놓기를 취미로 택하는 경우도 있다.

대학가에서는 강의가 없는 시간을 활용, 강의실이나 동아리방 등에서 십자수를 놓는 남학생들의 모습이 더이상 낯설지 않은 풍경이 됐고, 초교생, 중·고생 등 10대들 사이에서도 직접 만든 십자수 선물이 인기를 끌고 있다.

서구풍의 십자수가 국내에 들어온 것은 이미 수십년 전이지만 그동안 일상에서 멀어져 있다 다시 본격적으로 유행하게 된 것은 4, 5년 전부터.

처음엔 신세대주부나 여대생들이 취미생활이나 홈패션 등에 응용하기 위해 배우기 시작했으나 십자수를 즐기는 스포츠스타, 인기연예인들이 소개되면서 대중속으로 급속히 확산되기 시작했다.

특히 인기 탤런트 최수종씨가 아내에게 십자수를 수놓아 선물했다는 소식이 공중파방송을 타면서 젊은 여성들 사이에 남자친구로부터 십자수 선물을 받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게 된 것.

이처럼 십자수 취미가 남녀를 막론하고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것은 주는 사람의 마음과 정성을 담아 가족과 연인, 친구 등에게 선물을 하거나 가정에서 인테리어용품으로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손쉬운 이동전화 줄, 열쇠고리, 쿠션, 액자, 벽시계, 출산용품 등 십자수를 생활에 응용할 수 있는 분야가 거의 무제한적으로 넓은데다 배우기 쉽고 비용이 적게 드는 것이 인기를 얻게된 또 다른 이유. 처음 배우는 사람이라도 5분정도 간단한 설명을 듣고 도안대로 열십자 모양으로 엮으면 쉽게 작품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김교영기자 kim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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