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소극적 '安樂死'도 안된다

네덜란드가 11일 세계 최초로 안락사를 합법화 한 후 세계적으로 찬반 논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대한의사협회가 '소극적 안락사'를 수용하는 내용의 '의사 윤리지침'을 제정키로 해 안락사 논쟁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대한의사협회가 이달 말 총회를 거쳐 발표할 의사의 사회적 역할과 의무 등을 규정한 60여개항의 '의사 윤리지침'의 핵심은 "'회복 불가능한 환자'에 대해 가족들이 문서로 치료 중지를 요청할 경우 의사는 이같은 요구를 받아들일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이것은 일면 우리나라 의료 현장에서 말기 환자들의 경우 관행적으로 행해져 온 것을 명문화한 것이다. 소극적 안락사는 환자의 고통과 부담을 줄이기 위해 상당수 국가에서 법적 합법화에 관계없이 의사들이 현실적으로 행해오고 있다.

문제는 회생 불가능에 대한 판정에 대한 명확한 세부지침이 없어 과연 어느 선을 적정한 기준으로 볼 것이냐는 점이다. 또 "의사의 충분한 설명과 설득 후에도 환자나 가족들이 회생가능성이 없는 환자에 대해 의학적으로 무익하거나 무용한 진료를 요구할 경우 의사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다"는 내용도 논란이 예상되는 부분이다.

실제로 98년 서울지법 남부지원은 의식이 없는 환자를 부인의 요구에 따라 퇴원시켜 사망케 한 혐의로 서울 보라매 병원 전문의 Y모씨에 대해 살인죄를 적용, 실형을 선고하기도 했다.

안락사 문제는 네덜란드의 합법화 조치 이후 가톨릭 교계와 보수적인 국가, 단체 등이 즉각 강력한 성토에 나선 반면 벨기에 등은 오는 7월 합법화를 준비하는 등 서로 상반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가톨릭 등 종교계가 거세게 반발하고 법적, 사회문화적으로 부정적인 시각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우리는 소극적 안락사 허용과 관련, 고의성 등 사실상의 살인행위 등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한 접근을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생명윤리위원회의 설치나 명확한 세부지침 등 제도적 장치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도 마련되지 않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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