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에 온 JSA박찬욱 감독

◈새작품 각본 마무리 8월부터 촬영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로 올초 '국내 최대 관객 동원'이란 금자탑을 세운 박찬욱 감독(38)이 지난 8일 대구시 청소년 수련원(원장 박성진 신부)이 영화에 관심있는 중.고등학생을 상대로 연 '일일영화교실' 강사로 대구를 찾았다. 그를 만나 그의 영화인생과 계획들을 들어 봤다.

-대구에서 일일영화교실을 연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지요.

△처갓집이 대구여서 1년에 3~4번은 대구를 찾습니다. 효성여고를 나온 동갑내기 집사람이 청소년 수련원장인 박성진 신부와는 어릴 때부터 계산성당을 함께 다녀 저와도 잘 알고 지냅니다. 박 신부께서 그같은 제안을 했고 저도 흔쾌히 응했지요-'공동경비구역'으로 올린 수입은 어땠습니까.

△데뷔작이 92년 찍은 '달은 해가 꾸는 꿈'이었는데 첫 작품이다 보니 수입문제에 대해 언급이 없었어요. 제작사가 손해를 본 정도는 아니지만 이익이 난 것도 아니어서 별 문제가 없이 넘어갔고 그 다음 작품인 '3인조'도 마찬가지였어요. 그래서 세번째 작품인 '공동경비구역'도 아무런 조건없이 찍었는데, 다행히 제작사에서 2억원을 줘 영화감독이 된 뒤 처음으로 큰 돈을 만지게 됐지요.

-곽경택 감독의 '친구'가 요즘 '공동경비구역'이 세운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는데요. 너무 쉽게 기록이 깨져 아쉽지 않나요.

△올림픽도 아니고…(웃음). 사실 '공동경비구역'이 어떤 흥행기록을 올렸는지도 몰랐는데 '친구'선전 카피에서 공동경비구역과 비교한 걸 보고야 알았어요. 곽 감독은 데뷔작 '억수탕'이 흥행엔 실패하긴 했지만 저는 이 영화를 본 뒤 주위에서 누가 좋은 감독없냐고 하면 늘 곽 감독을 추천하곤 했어요. 당시 별 주목을 않더니 '친구'가 뜬 뒤론 저한데 좋은 감독 추천해 달라는 주문이 많이 와요.

-철학과(서강대)출신인데 영화와는 어떻게 인연이 됐습니까.

△고등학교 시절 영화를 많이 봤어요. 교수이신 아버님(현 거제대 학장)덕에 문화혜택을 누린 셈이지만 그래도 용돈은 늘 부족하기 마련이어서 관람료가 싼 서울 위성도시인 안양 등지로 쏘다니며 봤지요. 대학에서 영화를 전공하려 했지만 주위에서 밥 먹기 어렵다며 극구 만류, 미술평론을 생각하며 철학과를 택했어요. 그러나 결국 3학년이 되면서 영화 동아리를 만들고 본격 뛰어들었지요.

-다음 작품은 어떤 게 있나요. 또 꼭 만들고 싶은 영화라면.

△제목은 '파괴된 사나이', 또는 '복수는 나의 것'정도가 될 것 같은데 각본은 끝마쳤고 8월부터 촬영에 들어갈 겁니다. 꼭 만들고 싶은 영화로 구상중인 것으로는 휴머니스트인 한 박사가 AIDS신약 개발 실험중 잘못돼 자신이 흡혈귀가 되면서 고뇌하는 그런 줄거리입니다. 또 인혁당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도 만들고 싶고요. 외국에는 과거 죄악에 대해선 어떤 쟝르를 통해서건 진실에 다가서려는 노력이 꾸준히 이어지는데 우리는 너무 게으른 것 같습니다.

-한국 영화의 발전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똑똑한 감독과 국내 영화를 수출하는 전문가들이 많이 배출돼야 한다고 봐요. 특히 수출쪽은 외국 영화사들과 지속적인 관계를 맺고 신뢰를 쌓아가야 하는데 지금 우리는 한건하고는 사라지는 식이예요. 수출이 잘돼 제작비보다 비싸게 팔리면 이를 재원으로 해 또다시 더 좋은 영화를 만들고 그렇게 영화산업을 키워갈 수 있지요.

배홍락기자 bhr222@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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