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대부분 태어나서 한자(漢字) 표기의 이름을 가지게 된다. 우리가 쓰고 있는 어휘의 70%도 한자에서 온 것이라는 사실은 무엇을 말하는가. 심지어는 우리가 흔히 쓰는 '심지어(甚至於)'라는 말까지 한자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는지 모른다. 우리는 이 같이 알게 모르게 한자 문화권 속에서 살아가야만 한다. 이 때문에 우리말을 잘 알고 적절하게 쓰려면 한자의 뜻과 쓰임을 잘 익히지 않으면 안되게 돼 있다.
▲한자는 중국.일본.동남아를 포함한 동양문화권이라는 거대한 지역에서 널리 쓰이는 문자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영어를 배워야 세계와 교류할 수 있는 것처럼 한자를 알아야 이웃 나라들과 단단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고, 문화도 제대로 이해하며 교류할 수 있게 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는 조금만 더 관심을 기울이면 가질 수 있는 그 강점을 잃어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인재들이 모인 서울대 신입생들 가운데 상당수도 '한자 까막눈'이란다. 기초적인 한자들도 제대로 못 읽고, 심지어 '신사(紳士)'를 '신토'로, '길조(吉兆)'를 '길도'로 읽는 등 획수가 적은 한자들마저 틀리게 읽는 학생이 부지기수라고 한다. 이 때문에 서울대는 내년부터 신입생들에게 영어.수학에 이어 국어도 평가시험을 치른 뒤 합격해야 정규 교과목 이수 자격을 주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모양이다.
▲서울대 측에 따르면 신입생들의 한자 실력이 해마다 크게 떨어지고 있으며, 고교 과정에서 배우는 한자 1천800자로 구성된 교양국어 교재의 한자들을 제대로 읽지 못해 수업을 진행하지 못할 정도라 한다. 더구나 법대생들의 경우 고시 준비를 할 때 가장 먼저 한자 공부부터 해야 할 판이라니 뭔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게 아닐까. 서울대 학생들이 이 정도라면 정말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한글 전용 시행 결과 한자 해독이 '특별한 능력'이 돼 버린 탓도 있지만, 그 주범은 아무래도 '입시 위주의 교육'인 것 같다. 고교 교육에 한문 수업은 한 학기에 2시간 정도로 1년만 하게 돼 있는 데다 쓰기.읽기는 도외시하고, 수능에도 한자 문제가 거의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이래서 학생들은 한자 습득의 기회를 놓치거나 포기해 버리게 된 셈이다. 대학 입시 제도를 통해 바로잡아야 할 문제가 날이 갈수록 불거지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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