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버림받은 독도

이름 마저 외로운 섬 독도. 그 독도가 일본의 역사 왜곡 새파람 속에 버림받고 있었다. 극일의 상징 같이 된 섬이지만, 말만 그럴 뿐 실제는 버려져 있었다.

지난 16일 취재기자가 도착했을 때, 동도 해안에서 정상의 수비대 건물을 연결하는 서쪽.북쪽의 가파른 시멘트 계단 기둥은 곳곳이 허물어져 있었다. 기둥 사이를 잇는 쇠파이프도 부식돼 부러질 듯 위험해 보였고, 아예 떨어져 나간 것도 한두군데가 아니었다. 대신 동아줄이 매어져 있기도 했다.

경찰 초소로 연결되는 절벽 위 난간을 연결하는 쇠파이프도 마찬가지였다. 야간 수비병이 자칫 발을 잘못 디딜 경우 수십m 절벽 아래로 떨어질 수 밖에 없어 보였다. 수비대 막사에 에어컨.난방시설 등은 있었지만 창문 틈이 벌어져 찬바람이 그대로 통과하고 있었다. 바닷물을 민물로 만들기 위한 배관과 전선은 난마처럼 어지러웠다.

각종 공사들에 쓰였던 기자재들은 여기저기 마구 나뒹굴고 있었다. 식량 등 보급품이 도착하면 수비대는 위험한 해안선을 따라 이것을 나른 뒤 리프트카로 들어 올린다고 했다.

쓰레기 처리도 마땅찮은 듯, 동도의 한 절벽은 소각 그을음으로 검게 변해 아름다운 경관을 해치고 있었다. 수비대 막사 건물에 있던 유일한 공중전화기도 고장난지 2개월이나 돼 카드사용이 불가능, 수신자 부담 전화로만 쓸 수 있다고 했다. 수비대원들은 1999년산 정부미를 먹는다고 했다. 그러나 대원들은 문제점을 말하기 꺼려했다.

경북도청이 개도 100주년을 기념하고 도민체전 성화를 채화하기 위해 1996년에 동도 끝에 만들었다는 성화 시설도 낡아 흉물이 돼 있었다. 거기 씌어진 '독도여 영원하라, 경북이여 웅비하라'는 글귀가 보는 이의 마음을 허전케 했다. 들고 갔던 카메라가 고장 나 현장 모습을 충분히 전할 수 없는 게 안타까울 뿐이었다.

부임 4개월만에 초도 순시차 취재기자와 함께 갔던 전용찬 경북경찰청장도 "대대적 손질이 필요한 것 같다" "관계기관에 대책을 건의하겠다"고 했다.

정인열기자 oxe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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