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채보상공원
지난 14일 오후 국채보상공원내 화합의 광장. 고막을 때리는 앰프에서 흘러나오는 랩 음악에 맞춰 한 팀이 힙합을 선보인다. 팔짱을 낀 남녀들, 어깨를 서로 의지한 채 서 있는 '고삐리', 더러는 30대를 훌쩍 뛰어 넘은 중년 남녀까지 어눌한 미소로 다가선다.
'청소년문화센터 우리세상'(대표 안미향)이 매주 토.일요일이면 개최하는 청소년 놀이마당 . 이번엔 랩&힙합으로 청소년들의 신명을 모으고 있었다.
행사주최측은 '청소년 문화마당 우리세상'에 한정되지 않는다. '청소년 놀이마당'과 '민족혼뿌리내리기 시민연합', 마임극 전문가 조성진씨 등도 뒤섞여 차례로 전통민속놀이마당, 풍물.사물놀이판, 록 밴드 발표회, 마임 등의 공연을 펼치며 만화 등의 캐릭터로 분장해 경연하는 코스플레(코스듐플레이)발표회도 연다.
"시원하게 트인 국채보상공원에 다양한 공연 등 볼거리가 보태져 서울의 대학로 같은 분위가 만들어지면서 청소년들의 반응이 굉장히 좋아요".
지난 96년 부터 청소년문화기획쪽에 몰두하면서 같이 즐기고 노는 건전한 청소년문화 형성에 일익을 담당해 온 주관측 안 대표는 "과거 신천둔치에서 삼삼오오로 모여 젊음을 향유하던 청소년들 대다수가 국채보상공원으로 옮겨 왔다"며 국채보상공원이 청소년 전용공간으로 완전 정착됐음을 '선포'했다.
대구시청 문화예술과 홍성규씨는 "국채보상공원에서의 공연 내용을 묻는 학생들의 전화가 심심찮게 걸려온다"며 공원 공연에 관심있는 이들이 많음을 대변했다. 이날 남편과 아이와 함께 공원에 나와 힙합과 랩을 보던 주부 강성애(39.대구시 중구 삼덕동)씨는 "젊어지고 싶으면 이곳에 온다"며 "아이들이 분출하는 끼를 보노라면 10년쯤은 나이를 덜어낸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주말엔 2만명, 평일엔 그 절반인 1만명 가량이 이곳을 찾는다.
그러나 공연 기획쪽은 여전히 애로가 많다.
"대구 4개 공원에 할당된 예산이 2천500만원이어서 각 공원에서의 공연을 위해 연간 배당되는 것이 700만원이 채 안됩니다. 오늘처럼 공연을 하려면 팀 섭외도 해야 하고, 앰프 등 각종 장비에다 인건비도 드는데 줄 수 있는 것은 겨우 간식비 정도밖에 안돼요". 안 대표는 이 때문에 "공연 내용이 기대에 못미칠 때 가장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랩퍼들은 랩퍼대로의 욕구가 있었다. 8명으로 구성돼 '언더'로 활동하면서 이날 공연에 참가한 'M.H.I.S'팀 성기현(20)씨는 "우리 지역에서 이같은 행사가 더욱 많이 열려 랩퍼들의 수준을 올려야 한다", "공연을 보는 사람도 가만히 서 있을 게 아니라 랩에 맞춰 율동을 하는 등 관람 수준을 좀 올려야 한다"고 했다.
배홍락기자 bhr222@imaeil.com
◈잦은 행사취소 '썰렁'-경상감영공원
대구시가 4대공원에 공간과 시설 등 전시.공연 여건을 제대로 갖춰 놓지않은 채 '문화마당 활성화'라는 명분만 앞세워 행사를 강행, 시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경상감영공원의 경우 지난 14일 오후 4시에 열린 미술 전시회에는 도자기 10점만 선화당 옆에 전시됐다가 1시간만에 끝났고, 15일에는 아예 전시회를 열지도 못했다.
주최측인 대구작가콜로퀴엄 관계자는 "바람이 불면 그림을 내놓을 수 없어 전시품을 서둘러 철수했다"고 말했다.
전시작품이 대구문인협회 소장품인 그림 10점, 도자기 10점에 불과한데다 작품수준도 떨어져 시민들의 문화마인드를 채워주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또 그림.도자기 등 전시품들은 보관장소가 없어 공원관리사무소 소장실 한구석에 방치돼 파손위험을 높이고 있었다.
미술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경상감영공원에서 미술전시회를 열었다가 바람때문에 그림 3,4점이 파손된 사례가 있어 중진작가들의 경우 작품 임대를 꺼리고 있다"면서 "대구시에 시설보강을 요구하면 예산타령만 한다"고 말했다.
김성수(35.중구 남산동)씨는 "주말마다 공원에서 전시회가 열리면 가족과 함께 볼 수 있어 좋았는데 전시회가 자주 취소돼 안타깝다"고 말했다.
박병선기자 l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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