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모(26)씨는 올해 대학을 졸업하기도 전에 취업하는데 성공했다. 전공은 사회학이었지만 컴퓨터학을 부전공하며 남보다 앞서 취업 준비를 한 덕분이었다. "친구들 대부분이 아직 취직을 못했습니다. 졸업기에 취업이 결정된 사람은 손 꼽을 정도죠. 전체 취업률은… 글쎄요, 20%도 채 안될 거예요".
지역 대학들이 잇따라 올해 졸업생 취업률을 발표하고 있다. 90%를 넘는다는 전문대에서부터 50%를 간신히 넘겼다는 4년제 대학까지 다양하다. 대학 행정업무 중 유일하게 수치로 제시되는 게 이 부분.
노동부가 발표한 올해 일자리는 7만여개. 대학 졸업생이 20만명 이상 쏟아져 나왔으니 평균 취업률은 30% 남짓한 셈. 그것 외에 정부가 모르는 일자리가 있다 치더라도 전반적인 취업률은 40%를 넘기 힘든 상황이다. 그런데도 지역 대학들이 발표하는 취업률은 최하 50%나 된다. 이런 취업률을 그대로 믿어도 될까?
"4월 초까지는 교육부에 통계를 제출해야 합니다. 통계작업 기간을 감안하면, 집계할 여유가 채 한달도 없는 셈입니다. 전공 및 학부별로 취업 현황을 수합하려 노력은 하지만, 취업 여부를 정확히 파악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계명대 취업정보실 김일조 과장은 대학 취업률 조사는 구조적으로 정확할 수 없게 돼 있다고 했다.
이런 문제를 극복하려면 교육부의 행정 방식을 고쳐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 있어 보였다. 이제 상·하반기 대규모 획일 공채가 사라졌고, 대신 일년 내내 인터넷 수시채용이 보편화 됐는데도 아직 4월초 취업률 보고를 고집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라는 것이다. 영남대 취업정보실 손판규씨는 "최소한 졸업 후 6개월 이상 여유기간을 두고 취업률을 조사해야 제대로 된 수치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이런 가운데, 학과 마다 1명 뿐인 조교가 수십 수백명이나 되는 졸업생들에게 일일이 전화해 확인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 조교는 "졸업생들과 통화가 돼도 미취업을 숨기는 경우가 많다"며, "직장 이름만 있고 연락처조차 모르는 통계자료를 만드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했다. 그런 탓에 경북대 경우 올해 졸업생 3천855명 중 결과를 파악조차 못한 사람이 528명에 이르렀다. 다른 4년제 대학들도 다를 바 없다.
대학 간 눈치보기 역시 엉터리 자료 산출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취업률이 대학간 서열 매기기, 수험생의 대학 선택 등에 자료가 되기 때문에 억지가 발생할 소지가 높은 것. 취업률이 낮다는데 누가 그 대학을 지원하겠느냐는 우려가 그것이다. 한 대학 취업지원 담당자는 "최근 몇년간 취업률을 가공 않고 본래대로 발표했다가 경쟁 대학에 뒤처진 것으로 나타나자 상부로부터 질책을 들었다" "다른 대학과 비슷하거나 조금 높게 조절할 수 없느냐는 은근한 압력을 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취업률 높이기 경쟁은 전문대학에서는 특히 상상을 초월한다. 일부 대학은 매주 학장 주재로 취업률 평가회의를 연다. 이 자리에서는 학과별로 한 주 동안의 취업률을 보고해야 한다. 다른 학과에 뒤지면 무능하다는 비난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수용기자 ks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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