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상덕의 대중문화 엿보기

"이 자식아 어서 키스해 달란 말이야.(Kiss me, my fool)".오직 섹스만 생각하는 정신나간 요부역으로 스타덤에 오른 할리우드 여배우 테다 바라가 자신이 출연한 영화에서 가장 많이 내뱉은 대사의 한 구절이다. 그녀는 참을 수 없다는 몸부림으로 춤을 추고 때로는 몸을 잔뜩 웅크린 채 선정적인 포즈를 통한 남자 호리기(vamping)를 연기로 요부의 대명사로 불리었고, 오늘날에도 그녀의 연기는 섹스어필 최고의 텍스트이다.

무성영화시대인 1910년대 그녀의 대중선동 능력은 대단했다. 그녀가 연기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여성행동의 지침이 되어 대학교와 사교단체, 무도회에서 여성이 남성을 유혹하는 것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졌다. 또 남성의 우산 속에 안주하는 성적 역할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주장도 공개적으로 터져나왔다. 바라는 "남자들이 죄악에 빠져있는 한 나는 흡혈귀 역을 계속할 것"이라며 계산적이고 차가운 여성 이미지의 연기가 남자들에게 교훈을 준다고 주장했다.

미디어 섹스란 인간의 성적 흥분을 일으키는 섹스행위가 미디어를 매개로 하여 문자나 영상을 통해서 묘사되어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것을 말한다. 특히 컴퓨터, 전화, 비디오 등 새로운 방식의 전자 미디어가 엄청난 발전을 이루고 있는 요즘 이를 수단으로 보다 정교하고 은밀한 상업적 미디어 섹스가 넘치고 있고, 시간이 흐를수록 미디어 섹스의 산업적 규모는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그것은 성(性)이 과거와 같이 앞으로도 우리사회 많은 이들의 관심이자 가장 흥미로운 화두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성(性)은 각종 TV드라마나 오락 프로그램에서 가장 잘 팔리는 주제이고, 성범죄 관련 기사는 언론의 단골 메뉴이며 성의식에 관한 조사가 주요기사로 처리되고 있다. 문제는 우리의 미디어 섹스가 지나치게 남성중심의 이중적 성규범을 계몽하는 데 있다. 이는 '암컷 펭귄도 몸 판다' '빨간마후라 여중생 주인공 다시 사창가에…' '여자 스타 호스트바 추태' '미녀 7명과 사니까 힘이 넘쳐' 라는 언론사 헤드 타이틀로도 알 수 있다. 지금은 '여군장병 입영열차'가 시대흐름의 최첨단이라는 CF로 나타나고, 아내에게 맞은 남편이 이혼을 청구하는 세태다. 얼마전 한 방송인과 관련한 소문이 삽시간에 전국적으로 퍼진 적이 있다. 그리고 이 사건은 루머의 진위와 상관없이 상대 여성이 최고의 관심으로 떠올랐다. 다음은 남성이 성 피해자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지 않은가.

대경대 방송연예제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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