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외지차량 단속대신 교통안내

다른 지역으로 여행 갔다가 길이나 도로 특성을 몰라 헤매던 중 경찰에 단속된다면 누가 좋아할까? 대개의 사람들은 그곳 인심을 욕하고 돌아서기 일쑤이다.

이런 사정을 인정해 경북경찰청이 외지 차량의 교통 위반은 단속보다 계도를 우선토록 '외지차량 길라잡이 지도장' 제도를 도입,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위반해도 스티커 대신 일대를 안내할 지도를 나눠 주는 것. 길라잡이는 '안내하는 사람'이란 뜻의 우리말.

지난 20일부터 배포되고 있는 이 지도장에는 물론 법규 준수 부탁 말씀도 들어 있다. "경북지역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귀하께서는 교통법규를 위반하였으나, 처음 우리 고장을 방문한 것을 감안해 현지 계도하겠습니다. 다음부터는 교통법규를 잘 지켜 주시기 바랍니다".

일요일이었던 지난 22일 오전 11시쯤 문경을 찾은 전남 나주의 관광버스는 승객 소란으로 단속됐으나 길라잡이 지도장을 받았을 뿐 처벌은 없었다. 같은 날 오전 9시40분 쯤에는 성주군 대가면 도로에서도 경기도 군포에서 온 차량 운전자가 안전띠 미착용으로 단속됐으나 지도장을 받아, 운전자와 단속 경찰관 모두 기분좋게 헤어졌다.

지난 22일까지 사흘간 발부된 지도장은 모두 693건. 최소 그만큼의 외지 방문객들이 감명 깊게 지역을 다녀갔을 것으로 추정됐다. 경찰은 우선 관광지 등 외지 차량 통행이 많은 곳을 중심으로 이 제도를 집중 실시하고 있다. 성과가 좋으면 전지역으로 확대할 계획.

담당인 성낙준 경사는 "길라잡이 지도장은 서로 얼굴을 붉히지 않고 단속의 효과를 거두면서도 지역에 대한 이미지를 높이고, 나아가 관광 홍보 효과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했다.

정인열기자 oxe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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