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상습수해 안강 주민들, 자구책 마련

"정부를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이제 우리가 스스로 나서서 해결할 것입니다". 형산강으로 인한 수해 상습지인 경주 안강(본지 21일자 보도) 읍면들이 민간단체 '안강 수해대책 연구회'를 25일 창립했다.

중앙 및 지방정부에 대응할 '정책 연구팀'은 물론, 비상시 주민들의 목숨과 재산을 구하기 위한 '방재팀' '주민 대피팀' '홍보팀'까지 구성했다. 형산강 둑이 터질 경우에 대비한 것. 노약자를 미리 파악해 놨다가 물이 밀려 오기 전에 안전지대로 대피시키고, 수해방지에 앞 선 지역을 찾아 가 기법도 배울 예정이다. 또 문제의 항구적 해결을 위해 중앙정부도 찾아 갈 작정이다.

이같이 주민들이 몸소 나설 지경이 된 것은 상습 수해지라는 한계가 지역 침체로까지 이어지기 때문. 안강에는 다른 지역에서는 보기 힘든 '수해 복구 기념비'가 서 있을 정도로 수해의 시련과 아픔이 크다. 6.25의 상처가 아물기도 전인 1959년에는 태풍 사라호로 무려 150명의 목숨을 빼앗겼다. 꼭 10년 전이던 1991년 8월에는 태풍 글래디스호로 745mm의 비가 쏟아져 100억원대의 피해를 당했다.

이중길(59) 회장은 "안강 수해는 천재가 아니라 인재여서 읍민들이 노력하면 개선할 수 있다"고 했다. 포항의 반대해 실현되지 않고 있는 형산강 하류 협착구간 확장도 생존권 확보 차원에서 쟁취해 내겠다고 했다. 포항이 계속 방해할 경우 읍민 총궐기 및 단식투쟁도 불사한다는 것. 이 협착구간 때문에 태풍이 오면 물이 역류, 형산강 둑이 터짐으로써 매년 수해가 되풀이된다는 것이다.

읍민들이 모여 '방재팀' '주민대피팀'까지 만든 것은 유례 없는 일. 안강을 되살리는 성과로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경주.박준현기자 jhpar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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