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친구'의 특이한 흥행 요건들
영화 '친구'의 관객수가 4백만 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지금까지도 이 영화는 새로운 기록들을 만들어 왔다. 전국극장 및 스크린 수 최다, 단기간 서울 및 지방 관객 100만 돌파, 개봉일 최다 관람이 그것이다.
한국영화가 대박을 터트리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언론의 센세이셔널리즘. 그래서 언론 유인 효과를 위해 시사회를 활용하고 '유명인 관람=흥행성공'의 등식을 전략적으로 이용하기도 한다. 다음은 서울 관객 동원에 성공해야 한다. 우리나라 영화의 관객동원기록은 주로 서울 개봉관에서 이루어지기 때문. 마지막으로 '저 하늘에도 슬픔이'의 사실적 비극성, '공포의 외인구단'의 인간 집념과 신체기능에 대한 우상적 신비화, '팔도강산'의 가족과 사람에 대한 사랑의 메시지가 잘 배합되어야 한다.
하지만 영화 '친구'는 세 가지 점에서 특이하다. 첫째 한 명의 저명인사 때문에 뜬 영화가 아니라 미어터지는 관객때문에 언론이 놀라 주목한 영화다. 의리의 중요성을 안(?) 뭇 정치인들이 뒤늦게 감독과 동반감상을 요구하며 휴대폰을 끌 정도이지만. 둘째 서울의 카운트다운과 상관없이 지방관객이 큰 몫을 했다. 실제로 서울 관객보다 지방관객 수가 갑절 많다. 셋째 대중문화의 비주류인 40대가 극장을 찾고 있다는 점이다.
사람 좋아보이는 곽경택감독에게 "처음부터 40대가 몰릴 것을 예상했느냐"고 필자가 묻자 "'억수탕'을 찍을 때는 생크림을 만들어 성공하겠다는 각오로 만들었으나 실패했고, 이번에는 시루떡을 만들어 '나'라도 먹겠다는 기분으로 나 자신의 리얼리티를 살렸다"며 "대박은 예상 못했으나 본 사람은 좋아할 것이라는 생각은 했다"고 대답했다.
한국 영화의 최고 전성기는 1960년대. 특히 1969년은 총 관객수가 무려 1억9천4백명으로 한국영화 최다 관객동원의 해이고, 지금의 40대가 가설극장의 개구멍을 찾던, 영화만이 유일한 문화의 혜택이던 때이다. 우유가루와 옥수수빵 배급, 혼·분식 검사, 만화가게 흡연은 지금 40대의 성장기를 나타내는 주요한 키워드. 그들은 이런 시절을 거쳐 가까스로 사회적으로 자리를 잡았지만 지금은 IMF사태로 인해 힘들고 지쳐있다. 그래서 이들은 '의리'를 앞세운 영화 '친구'에 감동하고, 그 시절 향수와 추억을 위하여 '친구'를 본다. 지금 대중문화에서 40대가 히트 감별사라고 말한다. GOD, HOT, 송혜교, 김소연 등은 40대의 조련사가 만들어낸 스타들이다. 다시 한번 40대의 분발을 촉구하고 싶다. 40대여, 브라보!
대경대 방송연예제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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