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방에서 고생만 하시다 돌아가신 어머니, 김치와 간장 밖에 차려드리지 못한 아버지에 대한 죄책감에 늘 목이 메입니다. 혈육은 아니지만 세상을 떠나시는 날까지 딸처럼 정성을 다하겠습니다"
어버이날을 맞은 8일 오전 이금자(37.대구시 서구 비산동) 주부는 이점수(60.대구시 서구 평리동)할머니 집을 찾았다. 지난 6개월동안 거의 매일 다닌 길이지만 이날 발걸음은 유달리 가벼웠다. 이씨는 정성스레 카네이션을 달아드리고 할머니의 손을 꼭 잡았다. 맞잡은 두 손에는 친모녀같은 따스함이 흘렀다.
이씨가 3평도 채 안되는 셋방에서 홀로 심장질환, 전신 무기력증과 싸우고 있던 이 할머니를 만난 것은 지난해 12월. 10여년전 아버지를 여의고, 96년 어머니마저 암으로 세상을 떠난 뒤 못다한 효도에 이웃 노인만 보아도 눈물을 흘리던 터였다. 대구 서구제일사회종합복지관을 통해 이씨는 이 할머니와 소중한 인연을 시작했다.
거동이 불편한 이 할머니를 친어머니처럼 여기고 온갖 정성을 다했다. 매일 저녁 밥상을 보아드리고 설거지, 청소, 빨래 등 온갖 궂은 일을 즐거워했다. 올초에는 오른쪽 다리를 다쳐 거동이 불편한 이 할머니의 대소변까지 받아냈다.
"이상하게도 더럽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이 일은 할머니와 더욱 친해지는 힘을 주었지요"
이씨가 마음고생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말수가 적고, 무뚝뚝한 이 할머니가 이씨에게 하는 말은 '이것', '저것'과 알아 듣기 힘든 손짓이 전부였다. 자존심도 상했고, '이렇게 사서 고생할 필요가 있을까'란 생각도 들었지만 진심을 보이려고 애를 썼다. 그런 이씨의 지극정성에 차츰 마음이 열린 할머니는 대소변을 받아낸 일로 급격하게 가까와졌다.
이 할머니는 "예전에는 찾아주는 사람이 없어 외로웠다"며 "너무나 잘 보살펴줘 친딸과 같은 정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지난 주에 이씨는 자녀들을 데리고 이 할머니를 찾았다. 마치 친손주가 온 것처럼 좋아한 이 할머니는 용돈 5천원씩을 쥐어주었다.
"오는 음력 8월 17일은 할머니의 환갑이지요. 거창하게 잔치상을 차려드리진 못해도 미역국 한그릇이라도 정성껏 끓여 드릴 생각입니다"
이호준기자 hoper@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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