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테마별 접근-술과 심장병

'술은 모든 약의 으뜸'이라는 말이 있다. 적당량의 술은 혈액순환뿐 아니라 정신건강에도 좋다는 얘기다. 과음의 폐해도 만만찮다. 간기능에 문제가 생기고 영양 불량상태가 되기 쉽고, 저항력이 떨어져 병에도 잘 걸린다. 그렇다면 술은 얼마나 마셔야 건강에 좋은 것일까?

미국의 심장병 전문의들은 심장병 환자가 적당한 음주를 할 경우 사망 위험률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를 미국의사회지(JAMA) 최근호에 발표했다.

◇ 술 때문에 오래 살아

하버드 의대 연구진이 1989년부터 1994년까지 심근경색으로 입원한 경험이 있는 환자 1천913명을 추적 관찰한 결과 술을 전혀 마시지 않는 집단의 사망률이 가장 높았다. 금주하는 환자의 연간 사망 위험률은 6.3%(100명당 6.3명)였지만 하루 1잔을 마신 사람은 3.4%, 하루 2잔 정도 마신 사람은 2·4%로 떨어졌다.

예일대 의대 연구진도 비슷한 결과를 얻었다. 연구진은 1982년부터 1996년까지 2천235명의 노인들을 대상으로 음주량과 심장이 제기능을 하지 못하는 심부전 발병률을 조사했다. 술을 전혀 마시지 않는 집단의 심부전사망 위험도를 1로 잡았을 때, 하루 1잔을 마시는 집단은 0.79, 하루 두잔 정도를 마시는 집단은 0.53으로 떨어졌다. 맥주든 위스키든 어떤 종류의 술이든 하루 한두잔의 술을 마시는 노인들이 심장병으로 죽을 확률이 훨씬 적다는 것이 연구진이 내린 결론이었다.

◇ 술이 심장에 좋은 이유

알코올은 고밀도 지단백(HDL) 콜레스테롤의 농도를 높인다. HDL은 혈액속에 남아 도는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을 간으로 운반해 심장병을 예방하는 역할을 한다. 또 혈관내에서 피가 응고되는 것을 억제, 혈관을 막는 혈전이 형성되지 않도록 한다.

알코올은 호르몬 분비에도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심부전 환자가 적당한 음주를 하면 혈압과 심장 수축에 관련된 교감신경항진 호르몬(노에피네프린), 소변을 농축시켜 몸의 수분을 저장하는 항이뇨호르몬(아르기닌 바소프레신), 심장이 늘어나면 수분을 내보내는 심방이뇨호르몬 등의 분비를 조절, 심장기능을 좋게 한다.

또 심장병을 일으키는 큰 원인인 고인슐린혈증이 있는 경우도 적당한 음주가 세포의 인슐린 저항성을 떨어뜨려 심부전을 예방하는 역할을 한다.

◇ 하루 3잔 이상은 해롭다

심장에 좋다는 적당량은 얼마를 의미할까 연구진은 남성의 경우 하루 2잔, 여성은 하루 1잔을 적당량으로 규정한다. 1잔은 맥주 360cc, 위스키(40%) 45cc, 포도주 150cc를 의미한다. 이 한계치를 초과해 마시면 심장에 오히려 나쁜 영향을 끼친다고 연구진은 경고한다. 하루 3잔 이상 마시게 되면 고혈압, 부정맥, 뇌출혈, 심장근육질환 등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에게 심장병을 예방할 목적으로 음주를 권하는 것도 위험하다. 술을 마시기 시작하면 과음하기 쉽고 알코올 중독이라는 더 무서운 문제가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들은 주량을 줄이거나 술을 끊는 것이 심장에 더 큰 도움이 된다고 연구진들은 강조한다.

글:이종균기자 healthcare@imaeil.com

도움말 서영성교수(계명대 동산병원 가정의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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