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정경훈 정치2부)

"도대체 환경부 장관이 왜 다녀갔는지 모르겠습니다". 김명자 장관이 9일 영천 화북정수장을 다녀간 뒤 방문장 참석자들이 오히려 어리둥절해 했다.

김 장관은 예정보다 1시간 이상 늦은 오후 6시쯤 정수장에 도착했다. 박진규 영천시장의 보고를 듣고 수돗물 바이러스 검출에 대한 환경부의 입장을 설명한 뒤 정수장을 둘러 봤다. 떠난 시점은 오후 6시38분쯤. 그 먼길을 와서 불과 38분 머물다 간 것이다.

그뿐이 아니었다. 김 장관은 시간의 대부분을 수돗물 바이러스 검출에 대한 환경부 입장 설명에 소비했다. "환경부가 수돗물 바이러스 검출조사 후 발표 시기를 두고 고민했다" "바이러스는 어느 곳에나 존재하고 시료에 따라 검출 여부나 결과도 달라진다" "처리 기법만 적정하면 바이러스는 99.99% 제거될 수 있다"…. 시민의 건강을 걱정하는 것인지, 환경부 변명을 하자는 것인지 종잡을 수 없었다.

게다가 인신 공격 비슷한 발언도 있었다. "정부는 미국 환경보호청(EPA)의 조사 방법을 더 믿는다. 어느 대학교수가 택했던 조사 방법은 검증되지 않았다". 수돗물 바이러스 문제를 끈질기게 물고 늘어져 결국 정부의 공식 확인까지 이끌어 냈던 어느 교수를 두고 하는 말인듯 했다.

장관 방문장 참석자들 구성도 이상했다. 면장 및 출신 시의원을 빼고는 바이러스가 검출된 화북정수장 물을 먹는 화남·화북면 주민은 한 명도 없었다. 영천에 오기 전 충북 영동에 들렀다가 주민들의 소란이 발생하자, 관계기관이 나서서 주민 참석을 못하게 설득했다는 것. 화북면 출신인 양경생 시의원은 "내가 대신 항의하겠다고 면민들을 설득하고 나왔더니 장관은 일방적으로 변명만 하고 가 버렸다"며 "장관 방문이 무슨 의미가 있었느냐?"고 말했다.

"수돗물 소독·여과를 철저히 하고 원수를 깨끗이 관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김 장관의 약속조차 생색내기에 그치지 않을는지 주민들은 걱정했다.

영천·서종일기자 jise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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