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유전자혼합 임신시술, 대구 10여건

미국에서 세 명의 유전자가 섞인 아기가 태어나 생명윤리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대구에서도 같은 연구가 있었다.

불임전문 클리닉 대구 마리아산부인과(이성구 원장) 불임연구팀은 1999년 10명의 불임환자를 대상으로 다른 부부의 수정란에서 핵을 제외한 세포질을 빼내 불임여성의 난자에 주입하는 세포질 이식을 시도했다.

불임연구팀은 "그러나 10명 모두 수정란의 자궁 착상에 실패해 임신은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수정란의 세포질은 유전자 정보가 들어 있는 핵이 잘 분열되도록 에너지원을 공급하는데 늙은 난자의 세포질을 교환, 젊은 난자를 만들어주기 위해 세포질 이식 시술을 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서울 마리아산부인과 불임연구팀은 "이 시술법으로 3명이 임신했다가 모두 유산한 적이 있다"고 밝혔었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태아에 부모가 아닌 제3자의 유전자가 들어와 장기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 줄 모르는 상태에서 인체 실험을 하는 것은 성급한 연구태도"라고 비판하고 있다. 또 건강한 세포질을 얻기 위해 이미 수정란을 파괴하는 것은 생명윤리에 어긋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 원장은 "다른 여성의 난자를 자신의 남편 정자와 수정시켜 자궁에 이식하는 현행의 '난자 공여 시술'은 윤리적·법률적 문제를 야기하지만 세포질 이식은 자기의 유전 형질은 그대로 유지한 채 임신 성공률을 높이는 윤리적인 시술"이라고 주장했다. 또 세포질에 있는 미토콘드리아의 유전자 결함으로 고통받는 많은 유전병 환자들에게 희망을 주는 시술이라고 말했다.

세포질 이식이 국내에서도 상당한 수준까지 진행된 것으로 밝혀짐에 따라 이 시술의 의학적 가능성과 생명윤리를 둘러싼 논쟁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이종균기자 healthcare@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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