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학교급식 이대론 안된다(4)

급식 시리즈 이후 가장 예민한 반응을 보인 사람들 중 한 부류는 영양사들이었다. 애정과 헌신만으로 일을 감당해 나가고 있으나, 주어진 한계 속에서 몸부림밖에 칠 수 없으니 답답한 듯했다. 경덕여고 영양사 김경미(32)씨의 하루를 따라 가 봤다.

김씨는 아침 7시30분이면 학교 조리장에 도착한다. 8시부터는 급식재료 검수. 오늘 주메뉴인 삼겹살 볶음 재료로 돼지고기 80kg이 들어와 있다. 냉동 진공포장된 것을 뜯어내 꼼꼼히 살핀다. 채소까지 하나하나 훑어보느라면 40분은 후딱 지나간다. 다시 조리 종사원들과 메뉴 관련 회의하는데 20분. 시간이 없다. 1천400여명분 식사를 준비하는 데 3시간은 빠듯하다.

증기밥솥·볶음솥·끓임솥이 한꺼번에 가동되면 조리장 온도는 40℃를 넘어선다. 한 여름엔 50~60℃도 예사. 가운·조리모·장갑·장화·마스크까지 쓰면 금세 온 몸에 땀이 밴다. 대형선풍기 2대를 새로 들였지만 벌써부터 올 여름 날 일이 걱정이다.

오후 1시10분부터 점심시간. 밥을 타 가 교실에서 식사한 뒤 배식통을 반납하러 배식당번 학생들이 올 때가 가장 긴장된다. 그날 메뉴에 대한 평가는 그 얼굴들에 나타나 있다. 잔반이 평소보다 조금이라도 늘면 기분이 더 언짢다.

한바탕 식사가 끝나면 기다리는 것은 엄청난 양의 설거지. 조리장 청소까지 마치면 오후 3~4시. 급식 평가를 겸한 회의를 마치면 벌써 5시이다.

이렇게 정신 없이 보낸 하루 품값은 3만690원. 토요일 근무까지 합친 김씨 월급은 70여만원이다. "그나마 저는 나은 편입니다. 학교에서 토요일 근무를 못하도록 하는 비정규직 영양사는 한달에 60만원도 겨우 받습니다. 방학때는 아예 일을 못하죠. 연봉으로 계산하니 800만원이 채 안되더군요".

전국 급식학교 영양사는 6천16명. 정규직이 4천959명으로 82.4%를 차지한다. 그러나 지역은 사정이 더 열악하다. 경북은 75.0%, 대구는 60.5%. 더욱이 고교는 더 심하다. 경북은 31.5%, 대구는 9.5%에 불과하다. "대구는 영양사의 일용직 비율이 가장 높습니다. 봉급이 아니라도 일용직은 더 힘듭니다. 교사·학생들의 무시가 사기를 꺾어 놓습니다". 화원여고 임혜정 영양사가 하소연했다. 학생들조차 아줌마·언니·누나라고 마구 불러대고, 식사 지도에는 아예 콧방귀만 뀐다는 것.

그렇지만 영양사는 영양 공급을 고려한 식단짜기, 위생관리 등 외에 조리사 역할까지 해야 한다. 일손이 부족하기 때문. "오전에 조리 과정을 일일이 점검하고 부족한 일손을 도와 재료 다듬고 요리하고 배식까지 합니다. 하지만 정작 스트레스는 학생들이 음식을 마구 남기는 것입니다". 덕원고 주윤경 영양사는 매월 식단을 짤 때마다 바람직한 영양가 배분과 학생들의 입맛 사이에서 왔다갔다 하며 고민에 빠진다고 했다.

"설문조사를 하면 항상 고기 반찬은 인기이지만 야채·생선은 싫다고 합니다. 2년간 급식하면서 고등어 반찬은 두 번밖에 못해 봤어요. 입도 안대고 버리는 학생들이 너무 많아서죠. 잔반 중 90% 이상이 채소 반찬과 국 건더기입니다".

그러나 대구 지봉초교에서는 잔반이 거의 나오지 않는다. 담임 선생님이 아동들과 함께 식사하면서 일일이 식판을 검사하는 등 지도하기 때문. 학교급식의 당초 목적이 바로 '밥상머리 교육'과 '편식 교정'이었다.

그렇지만 중·고교는 다르다. 교사들끼리만 식사하고 학생들이야 음식을 남기든 버리든 신경쓰지 않는다. 급식이 그저 한끼 떼우기로 전락한 것은 아닐까?

김수용기자 ks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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