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정가인터뷰-김덕룡 한나라당 의원

한나라당 김덕룡 의원은 "기성정당들이 정권다툼에만 눈이 멀어 정치개혁을 외면할 때 제3세력에 의한 신당 출현이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14일 본지와 인터뷰를 가진 김 의원은 또 "한나라당 동료의원들 대부분이 개헌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으나 이회창 총재가 반대, 눈치를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 제3세력 출현 등 신당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신당의 출현 여부는 여야가 하기 나름이다. 국민으로부터 불신받는 기성 정당들이 자기반성을 통해 정치개혁에 나서지 않고 변화를 거부할 경우 국민들의 기대속에 신당이 태동할 것이다.

-'반 이회창'의 선봉에 서 있다. 굳이 당을 같이 할 필요가 있나.

▲당을 만든 내가 왜 탈당을 하나. 당이 잘못되면 쓴소리도 하고 고언도 할 수 있는 게 아니냐. 그런 얘기를 듣는 것이 싫다면 책임있는 자리에 있어서는 안된다.- 김 의원의 비판이 당내 입지용이라는 비판도 있다.

▲당을 잘못 운영하기에 고언하는 것이다. 중진 비주류도 있어야지 총재에게 '용비어천가'만 부르면 건강한 정당이 될 수 있나.

- 비주류로 분류되는 박근혜.이부영.손학규 의원 등을 어떻게 보나.

▲정치발전을 위해 큰 역할을 할 소중한 사람들이다. 작은 부분에 대해 생각을 달리할 수 있지만 큰 틀에 있어서는 생각이 같다.

DJ-YS 정치협력 없을 것

-'민주세력 결집론'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가.

▲정치개혁과 지역화합을 논의하고 실천하기 위해 모이는 것이라면 환영하지만 다음 대통령 선거와 관련, 어떻게 해보고자 하는 모임이라면 관심도 없고 성사되지도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민주화 세력에 대한 반대 여론도 만만찮다.

▲두 번에 걸친 민주화세력의 개혁 실패가 과거정권에 대한 향수를 낳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개혁은 계속돼야 한다. 실패가 있다하여 과거로 돌아갈 수는 없다.

-김대중 대통령과 김영삼 전 대통령이 다시 연합할 수도 있나.

▲인간적 측면에서 두 분이 화해할 수는 있으나 정치적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협력하거나 화해할 수는 없을 것이다.

- 국가보안법과 개헌론을 두고 한나라당내 보혁갈등이 표면화되고 있다.

▲지난번 총재를 만났을 때 보안법 문제는 당론을 정하지 말고 의원들의 소신에 맡기는 크로스보팅을 하자고 주장했었다. 당론이라는 이름으로 다른 의견을 억압해서는 안된다. 당내 민주주의만이 갈등을 막을 수 있다. 그런데 이 총재가 양쪽 모두를 무조건 막고 있어 문제다.

- 당 중앙위 분과위원장들이 "여권의 계략에 나팔수 역할을 하지 말라"고 비난했다.

▲그분들의 진심이 아닐 것이다. 오랫동안 당을 같이 해온 중앙위원들은 우리 당의 발전을 위해서는 비주류의 건전한 비판이 중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비주류의 입을 막으면 그때는 국민들이 비판한다는 것을 총재 측근들은 알아야 한다.'당론'으로 억압해선 안돼

-이 총재에게 당내 개헌논의 공론화를 요구했다는데.

▲개헌공론화를 정식으로 요구한 바 있으며 이 총재가 이것조차 봉쇄할 것으로는 생각하지 않는다. 의원들이 자신의 소신을 피력할 수 있도록 중립을 지켜줘야 한다.

-개헌에 공감하는 의원들이 있는가.

▲우리당 의원 상당수가 개헌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다만 이 총재가 반대하고 있기 때문에 눈치를 보고 있거나 혹시 우리 당의 집권에 불리한 것은 아닌가 해서 선뜻 나서려 하지 않을 뿐이다. 때가 되면 당론에 관계없이 개헌지지 의사를 분명히 하겠다는 의원들도 적지 않다.

- 이 총재를 겨냥. "대권후보 자격을 준 것이 없다"고 한 적이 있다.

▲대통령 후보는 전당대회에서 선출돼야 하며 한나라당은 아직 대통령후보를 선출한 일이 없지 않은가. 그런데도 이 총재가 정치개혁은 외면한 채 지하철타고 다니며 '아줌마' 탤런트나 만나고 다녀서야 되나.

-대권후보 자격은 무엇이며 경선에 나설 것인가.

▲21세기를 이끌어갈 대통령은 화합적이고 개혁적인 리더십을 갖춰야 한다. 편협하거나 옹졸한 사람, 지역주의에 기대려는 사람은 곤란하다. 지금은 정치개혁을 추진하고 경제회생을 논의할 때이지 경선 문제를 논할 시기가 아니다.

'영남후보'는 지역주의 발상

-여권의 영남후보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호남지역은 당이 장악하고 있으니 후보는 영남사람을 내 정권을 재창출하자는, 망국적 지역주의를 전제로 한 이야기다. 다음 대선에서도 그런 전략이 난무한다면 결국 나라가 불행해질 것이다.

-영남권이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나.

▲당연히 '반 DJ' 성향 때문이다. 반DJ 세력이 한나라당이고 이 총재가 한나라당의 대표이기 때문에 지지해 주고 있다. 만일 우리 당이 새로운 사람을 대표로 선출해도 역시 같은 지지를 해주리라 믿는다.

-지역주의의 극복 방안이 있나.

▲김 대통령부터 민주당 당적을 버려 우리 정치가 지역주의의 고리를 끊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 정치인들도 지역주의를 이용하거나 편승하려는 자세를 버려야 한다. 크로스보팅을 확대 시행하는 것도 지역대결이 아닌 정책경쟁으로 바꾸어 가는 현실적이며 중요한 방법이다.

-여론조사 결과 지지도가 높지 않다.

▲아직 대선 경선까지는 시간이 많이 남아 있다.

-대구.경북 시도민에게 할 말이 있다면.

▲지역주의가 고질병으로 자리잡기까지는 정치권도 잘못이지만 국민들도 그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대구.경북 유권자들이 먼저 지역주의를 청산하고 타파해 나가는 운동을 벌여주실 것을 부탁드린다.

대담:서영관 정치2부장 seo123@imaeil.com

정리:김태완기자 kimchi@imaeil.com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