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오늘 스승의 날 사랑의 장학금

15일 오전 10시30분. 대구 협성고 운동장에서는 다소 이색적인 스승의 날 기념식이 열렸다. 형편이 넉넉지 않은 학생 19명에게 교사들이 직접 장학금을 전달하는 자리가 마련된 것.

스승의 날이라면 제자들이 감사의 마음과 선물을 전하는 게 보통. 요즘은 특히 그 부담을 학부모가 떠안아 곳곳에서 촌지 시비가 벌어지고, 휴업하는 학교까지 적잖이 나오는 실정이다.

하지만 협성고에서는 교사들이 매달 월급에서 얼마간씩 갹출해 기금을 마련하고, 이를 스승의 날 장학금으로 학생들에게 전해 현 세태와 사뭇 다른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협성고 교직원 장학회는 출범한 지 벌써 20년째다. 지난 82년 교사들끼리 자발적으로 불우 학생을 돕자는 마음을 모으기 시작해 현재 92명의 교사 전원이 참여하고 있다.

과거 어렵던 시절에는 학생들의 공납금을 보탰고, 고인이 된 동료 교사 자녀의 대학 학자금까지 돕는 등 '십시일반'의 참뜻을 키워왔다. 요즘에는 학습자료 구입비 명목으로 장학금을 주고 있다.

협성고 학생들은 이날 오전 8시30분부터 교사들과 함께 앞산에 올랐다. 담임 선생님을 업기도 하고, 무동도 태우며 산행을 다녀온 사제는 한 호흡으로 교문에 들어섰다. 이어진 기념식에서 장학금이 전달되자 학생들 사이에서 자연스레 노래가 흘러나왔다. "스승의 은혜는 하늘 같아서…".

서춘길 교장은 "얼마 안되는 돈이지만 항상 학생들과 어려움을 같이 한다는 뜻을 다지는데 의미를 두고 있다"며 "촌지로 무너진 스승의 날이 안타깝기만하다"고 말했다.

김재경기자 kj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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